정몽준 “박근혜 全大 나와야”…지도부 “내홍 가속화” 반대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 한나라 ‘조기 전대론’ 논란

친이계 소장파 추진에 초선모임 ‘민본21’ 동조
“지금 나서도 실익 없어” 친박측 반응 시큰둥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무산되면서 한나라당의 쇄신 작업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간 대립에 이어 친이계 내부의 소계파 간 갈등까지 재현되는 양상이다.

○ 조기 전대론 찬반 논란

친이계 소장 개혁파와 비주류 의원들은 계파 화합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친이와 친박 간 거중 조정의 역할을 부여 받고 대표직에 오른 박희태 대표의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판단 때문이다. 친이 직계인 권택기 의원은 “8월에 조기 전대를 해서 지도부를 전면 교체하고 당을 쇄신했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준 뒤 10월 재·보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재선의원도 “지도부가 무너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조기 전대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처럼 실질적으로 당에 지도력과 영향력이 있는 분이 전대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계파의 수장(首長)직에 안주하지 말고 당의 전면에 나서되 그 전에 전대에서 대선 경선 이후의 행보에 대해 당원들의 심판을 받아보라는 주장이다.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도 조기 전대 대세론을 주장하고 있다. 김성식 공동간사는 “쇄신과 화합을 지도부가 못 풀면 당원이 풀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조기 전대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조기 전대를 하면 각 계파가 당을 먹느냐 뺏기느냐를 놓고 무한 경쟁에 돌입한다”며 “4·29 재·보선 이후 당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전대를 당 화합의 계기로 승화할 만한 동력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쪽에서도 조기 전대로 지도부가 개편될 경우 국정 운영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쇄신 정국 변수는

조기 전대가 성사된다고 해도 즉각 계파 화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친박 측에선 전대 자체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당 운영에 나선다고 해도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자칫 당권 확보를 위해 주류 측 제안을 거부해 왔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지역의 한 의원은 “궁극적으론 박 전 대표에게 차기 대권과 관련한 정치적 보장을 해줘야 계파 간 화합이 가능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전대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를 링 위에 올려놓겠다는 의도는 국정 실패의 책임을 함께 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친이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조기 전대에 참여하지 않으면 박 전 대표도 퇴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조기 전대를 안 하면 내년 지방선거 이후 당을 ‘땡처리’해서 박 전 대표에게 고스란히 바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11일 미국에서 돌아오면 박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극적인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대표는 압력에 밀려 조기 전대론을 수용하면서 불명예 퇴진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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