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시련의 계절’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6분


①공천책임론 제기 ② 인적청산 대상지목 ③ 천신일 수사 부담
“요즘 사는게 아니다… 망명이라도 해야하나”

“마 죽겠다” “무섭다” “도와주소”.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사진)이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이유로 뭘 해도 구설수에 오르고 ‘6선 정치인’이란 명함 대신 ‘대통령의 친형’이란 호칭만 따라다니는 데 대한 ‘탄식’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이 대통령을 도와 달라”는 말은 빠뜨리지 않는다. 그런 이 의원은 최근 들어 “죽겠다” “도와주소”라는 말을 더 자주한다고 한다. 여권 전체에 여러 ‘악재(惡材)’가 잇따라 터지면서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은 물론 중립파나 소장파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요즘이 이 의원에게는 ‘시련의 계절’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 의원에 대한 공개 비판은 지난달 29일 실시된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 패배 후 당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소위 ‘이상득 계보’로 알려진 정종복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계 정수성 후보에게 졌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 공천에 이 의원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이유에서 당 일각에서는 이 의원에게 ‘공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당내 중립파나 소장파는 재·보선 완패 이후 불고 있는 당 쇄신론과 관련해 이 의원을 쇄신 대상으로 지목하고 ‘때’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권영세 의원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상득 의원이든, 다른 분이든 당의 정규조직이 아니라 비선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당무 및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게 사실이라면 반드시 고쳐져야 하고 쇄신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 의원 이름을 처음으로 거론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 의원이 당무와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탓에 조심스럽다. 권 의원이 이 의원을 직접 거명한 뒤 “이 의원이 당무를 떠난 지 오래돼 구체적으로 당무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 모르겠다”고 단서를 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카드’가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처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의원이 거론된다. 박희태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김무성 원내대표 합의 추대안’에 이 의원이 관여했을 거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부정적 결과’에 대한 이 의원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의 측근은 8일 “잘되면 내 탓이고 잘못되면 이상득 의원 탓이라는 얘기뿐이어서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것도 이 의원에게는 부담이다. 구속된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이 의원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관련해 전화를 걸었지만 거절당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져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의원은 늘 세간의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최근 지인들에게 “요즘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내가 망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의 한 지인은 “6선 정치인에서 대통령의 형으로 바뀌면서 이 의원은 근거가 있든 없든 자신에게 쏟아지는 모든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운명이 됐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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