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또 무슨 불장난 꿍꿍이속일까

  • 입력 2009년 4월 27일 14시 49분


영변 핵시설 내 방사화학실험실의 위성사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영변 핵시설 내 방사화학실험실의 위성사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폐연료봉의 재처리(Reprocessing) 작업을 시작한 곳으로 추정되는 시설은 영변 핵원자로 인근의 방사화학실험실이다.

이 실험실은 6층 높이의 길이 200m, 폭 80m의 건물로 당초 2개의 플루토늄 생산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1985년 착공됐다. 1992년 제1생산라인이 완성돼 폐연료봉의 재처리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제2생산라인을 짓다가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로 중단된 상태다.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힌 것은 2007년 2·13 합의 이후 불능화 조치에 따라 가동이 중단됐던 방사화학실험실을 원상 복구했다는 의미다.

한국국방연구원 차두현 박사는 "방사화학실험실의 불능화 조치는 봉인 처리나 일부 부품을 떼어낸 정도에 그쳐 북한이 언제든 재가동할 수 있다"며 "따라서 북한의 재처리 착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고, 3,4개월 만에 플투토늄을 추가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1생산라인만으로도 북한은 연간 50t 규모의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10여㎏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고, 제2생산라인까지 완성될 경우 연간 200t의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해 최대 100㎏의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폐연료봉)는 고준위 방사능 물질이고 특히 플루토늄은 맹독성 방사성 물질이기 때문에 재처리 작업을 하려면 시설 내에 핫셀(Hot Cell), 글로브박스(Glove Box)와 같은 특수한 방사능 차단시설이 필요하다.

'핫셀'은 고준위 방사능 물질인 폐연료봉을 취급하기 위해 차폐된 작업시설로 투명 납유리를 통해 작업실 내부를 보면서 원격 조종장치를 이용해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글로브박스'는 외부 방사선 피폭 위험성이 적은 저준위 방사성 물질을 처리할 때 외부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를 철저히 밀봉한 작업실이다.

밀폐벽에 두개의 구멍을 뚫은 뒤 특수 장갑을 달아 작업실 외부에서 내부를 보면서 수작업으로 방사능 물질을 처리하는 것이다.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용매추출법(PUREX)을 사용한다.

용매추출법은 사용 후 핵연료를 약 1.5~5㎝ 길이로 잘라 고온 고농도의 질산용액으로 녹인 뒤 이를 여과해 불순물질을 제거,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각각 정제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편 북한은 2·13 합의에 따라 2007년 11월부터 영변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핵시설에 대한 11가지 불능화 조치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 원자로 내 폐연료봉 인출과 미사용 연료봉 처리, 원자로 제어봉 구동장치 등 3개 조치를 계속 미루고 있다.

폐연료봉의 경우 북한이 6자회담 참가국들의 상응조치 이행속도에 맞춰 매주 10여개씩을 뽑아내 총 8000여개 가운데 6500여개를 수조 속에 보관 중이다. 이 연료봉들을 뽑아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제어봉 구동장치 제거작업은 폐연료봉 인출이 끝나야 가능하고 미사용 연료봉 처리는 그 방안을 놓고 6자회담 참가국들간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히 원자로 노심에서 폐연료봉을 모두 빼내면 원상복구에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북한이 막판까지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할 때 북한이 지난해 폭파시킨 냉각탑을 6개월 정도 복구하고 관련시설을 정비하면 영변 원자로는 재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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