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4人이 보는 ‘北미사일 도박’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美 해병참모大 벡톨 교수 “북 미사일 기술 상당한 진전 입증

로켓수준 이란보다 한단계 앞서”

“북한은 2006년 발사 때는 1단계에서 2단계로 들어가다가 실패했지만 이번엔 2단계의 끝 또는 3단계 진입 단계까지 갔다.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지만 많은 진전을 이뤘음을 입증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을 비롯한 동북아 군사력 문제를 연구해 온 미국 해병참모대학 브루스 벡톨 교수(사진)는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견해임을 전제로 북한 로켓발사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란은 2월 위성 로켓 발사에 성공했는데 북한은 실패했다.

“이란이 쏜 것은 겨우 2단계 로켓이었다. 당시 1단 추진체는 북한 것이다. 최소한 부분적으론 북한 기술로 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반면 북한은 이번에 훨씬 진전되고 어려운 기술인 3단계를 실험했다.”

―북한은 연거푸 실패했는데 이런 실패는 흔한가.

“미국도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여러 번 실패를 겪었고 기술적 문제들에 봉착했다. 북한은 이번에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2006년보다 많은 진전을 보였고 언젠가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문제를 고쳐서 추가 실험을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도부는 완전한 성공을 자신했는데, 이번 실패로 타격을 받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사일 능력의 유일한 실험방법은 실제 발사해보는 것이다. 그들 역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미사일 공격 능력을 높이는 게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경로는 아니라고 본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완전히 참여해 북한 미사일 기술의 확산을 막고, 북한 스커드에 대비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더 필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놀 랜 드 “포괄적인 제재로 北 추가도발 막아야”

베 넷 “美, 급변사태 대비 한중일과 공조를”

플레이크 “미사일문제 6자회담 틀서 논의돼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던 듯(business as usual)’ 지나쳐서는 안 된다”며 “국제사회의 경고 메시지를 무시한 만큼 ‘북한의 행동에 따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식량난을 포함해 경제 문제를 주로 다뤄온 피터슨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2005년 9월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돈세탁 은행이었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계좌를 동결했던 압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에너지 식량지원, 금융 등 전 분야에 걸친 포괄적인 제재만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을 수 있다”며 “가장 강력한 제재의 열쇠는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안보·군사 분야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북한이 치러야 할 명백한 대가 중 하나는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의 내부적인 취약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만큼 내가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해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 주요 국가들과 신속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넷 연구원은 6자회담의 붕괴 가능성도 지적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 여하에 따라 북한은 ‘대화 파탄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고 추가 미사일 발사 또는 2차 핵실험 등 도발적인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관계와 북한의 대외관계를 연구해 온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소장은 “로켓 발사를 계기로 북한은 6자회담의 붕괴를 선언하고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간 고위급 양자대화에 나서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다루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로켓 발사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분산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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