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직원 억류 장기화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변호인 접견 불허… 개성합의서 무시
로켓 발사 이후 ‘대남 인질카드’ 우려
北 “신변-건강 이상없다”
南측, 억류 이유조차 몰라


현대아산 개성공단사무소 40대 직원 A 씨에 대한 북한 당국의 조사가 2일까지 4일째 계속되면서 사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우리 측 인사의 접견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어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무슨 혐의로 어떤 조사받는지도 몰라=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한다고 누누이 밝혀 온 정부는 기초적인 정보 수집도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이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개성공단을 키우면서 한국인 근로자 억류 가능성에 대해 “매뉴얼이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실제 사건이 터진 지금 정부는 북한의 ‘선처’를 기대하는 것 외에 국민을 보호할 어떤 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 당국자는 2일 “북한이 오늘도 접견 및 변호인 입회를 불허한 채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A 씨가 개성 지역 안에 있고 신변과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만 확인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달 30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보내 온 통지문에 적힌 A 씨의 혐의 외에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심을 받고 있으며 북한이 무슨 근거로 조사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낮 12시경 A 씨가 북한의 정치체제를 비난하고 북한 여성을 탈북시키려 한 혐의가 있다면서 A 씨를 연행해 간 뒤 2일 밤까지 80시간 넘게 구금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4∼8일로 예고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까지 A 씨의 억류 상태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면접과 변호인 조력 권리 무시=북한은 지난달 30일 A 씨를 연행하면서 남북간 합의서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합의 준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2004년 체결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제10조 3항은 ‘북측은 인원이 조사를 받는 동안 그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접견 및 변호인 입회를 보장하라고 북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여기자 2명이 최근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을 통해 미국 측 인사와 접견을 한 것과 대비된다.
또 남북간 합의서에 따르면 북한은 조사 결과를 남측에 통보하고 경고 또는 범칙금 부과, 남측 추방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합의서엔 또 ‘남북이 합의하는 엄중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쌍방이 별도로 합의하여 처리한다’고 돼 있으나 북한은 A 씨를 구금한 지 80여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뒤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석방하도록 하고 있다.
▽대남 압박 카드 활용 우려=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애초 적발한 A 씨 혐의와 관계없이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 국면에서 활용하기 위한 ‘인질’로 A 씨를 장기 구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최근 억류한 미국인 여기자 2명을 재판에 넘겨 사건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바 있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인 여기자 억류는 미국 워싱턴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며 “A 씨 조사를 통해 서울을 움직여 보자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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