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치안상황 심각… 정치권 논란 뜨거울 듯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파병 규모-시기보다 지역선정이 큰 과제

정부 방침 확정되면…軍, 일사천리 진행 예상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방침을 세움에 따라 국방부는 조만간 파병 규모와 시기, 절차 등 구체적인 파병 계획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이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축적한 ‘파병 노하우’를 감안할 때 군의 파병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병 부대와 규모=아프간의 현지 치안 상황과 임무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아프간 재파병 부대는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처럼 비전투요원과 특전사요원 등 자체 방호능력을 갖춘 수백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을 비롯해 미 정부 당국자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군이 아프간 현지 군과 경찰요원의 양성 훈련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런 임무는 자이툰부대가 이라크에서 4년여 동안 수행한 주요 민사작전 중 하나였다.

자이툰부대는 아르빌 현지 민병대와 경찰에게 사격술을 가르치고 대테러 훈련을 시켰다. 또 검문소와 경계초소를 짓는 데 필요한 물자, 장비를 제공해 현지 치안 확보와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은 이런 경험을 고려해 지난해 말에는 자이툰부대를 아프간에 보낼 수 있는지를 우리 정부에 타진하기도 했다.

파병 부대가 2003년 2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아프간 바그람의 미 공군기지에 파병됐던 동의·다산부대처럼 의료지원과 건설공병 부대를 중심으로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군 관계자는 “일단 주둔 지역이 결정되면 그 지역에 맞는 임무가 부여되므로 부대 구성은 매우 유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병 결정을 둘러싼 고민=아프간의 불안한 치안 상황이 최대 고민이다. 군 당국은 자이툰부대가 4년여 동안 이라크 아르빌에서 평화재건 임무를 완수하면서 단 한 건의 인명 피해도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프간은 아르빌보다 치안 상황이 열악하다. 따라서 자이툰부대처럼 현지 테러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아프간에선 폭탄 테러 등으로 다국적군 전사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군 관계자는 “2007년 2월 윤장호 하사처럼 임무 수행 중 목숨을 잃는 장병이 생길 경우 파병 정책 전반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2007년 7월 탈레반 무장세력에 한국인들이 납치 희생된 뒤 아프간에 주둔 중인 동의·다산부대 병력을 철수한 전례를 볼 때 파병 결정에 대한 여론 수렴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파병 규모나 시기보다는 지역 선정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 내에선 탈레반에 대항하는 ‘북부동맹’ 세력이 있는 북쪽 지역이 안전하기 때문에 이 지역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군 소식통은 “아프간의 전반적인 치안 상황은 동의·다산부대 주둔 때보다 훨씬 심각해졌다”며 “민사작전 부대를 파견할 경우 자이툰부대보다 더 많은 경호병력과 장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뜨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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