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얘깃거리 많아… 일부선 잠입취재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인권개선 성과 없이 인신매매만 부각” 지적도
■ 탈북취재 경쟁 왜

미국 여기자 2명이 북한에 억류된 사건은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여러 국가 언론들이 중국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경쟁적 취재를 벌이는 와중에 발생한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 언론들이 탈북자들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탈북이라는 스토리 자체가 극적 요소가 많아 미디어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탈북자 취재는 이라크나 소말리아처럼 목숨까지 걸지 않아도 되지만 실제 위험도에 비해 훨씬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얻을 수 있다. 탈출이 실패하면 처형까지 되고 성공했을 경우에는 목숨 걸고 삼엄한 경계를 뚫고 탈출한 그 자체가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또 북한이 글로벌 이슈 메이커이지만 내부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까닭에 그런 북한을 탈출한 사람은 아프리카 난민이나 미얀마 난민보다 훨씬 더 주목을 받는다.
초기 탈북자 취재는 북한을 직접 취재할 수 없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중국 국경 취재 등 간접적 취재 방식으로 선호됐지만 이후 점차 보도의 초점은 탈북자 인권 문제로 넘어갔다.
이제는 탈북자들을 훈련시켜 북한에 다시 들여보낸 뒤 이들이 내부에서 써서 보낸 기사들을 한국에서 잡지로 발행하는 언론도 생겼다. 일본의 한 언론인이 2007년 말 창간해 서울에서 발행하는 ‘림진강’이라는 잡지가 대표적이다.
북한에 관한 정보들이 많아지다 보니 남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언론인들은 점점 더 큰 위험에 몸을 던진다. 이번 사건도 이런 연장선에서 설명할 수 있다.
언론들의 취재 열기에 대해 당사자들인 탈북자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탈북자들의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알려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고 북한과 중국에 계속 압박을 가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환영한다는 부류다.
그러나 10년 넘게 아무리 떠들어도 당사자인 중국이나 북한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탈북자들의 인권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인신매매 등 너무 자극적인 소재만 부각하다 보니 한국에 입국한 많은 탈북 여성들은 자신들을 모두 중국에서 팔려 다녔던 여자처럼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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