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가입 北 관심은 궤도진입 아닌 미사일 발사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발사시점 김정일 3기 출범 맞춰 정치적 효과 극대화

“北, 위성자료 국제기구 통보”… ‘광명성2호’ 발사 임박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관련 국제조약에 가입하고 발사 시기(다음 달 4∼8일)와 좌표(동해와 태평양)를 국제기구에 통보한 것은 국제법적인 명분을 축적함으로써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와 미국의 요격 움직임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광명성2호’의 실체와 궤도 진입 성공 가능성=북한은 지난달 24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담화를 통해 발사체(로켓)로 쏘아 올릴 물체가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2호’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가 대포동2호 미사일로 간주하는 발사체의 탑재 능력을 감안할 때 광명성2호는 600∼700km 상공에서 지구 궤도를 하루 7, 8차례 도는 저궤도 위성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12일 “북한의 낙후된 기술로 볼 때 광명성2호는 기초적인 전파 송수신만 가능한 조잡한 수준의 위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광명성2호를 쏘아 올릴 경우 북미방공우주사령부(NORAD)를 비롯해 미국이 본토와 세계 곳곳에 설치한 위성추적감시망이 실체 파악에 나선다. 이 감시망은 지구 궤도를 떠도는 야구공 크기 이상의 물체 1만8000여 개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북한이 광명성2호를 지구 궤도에 진입시킬 가능성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도 인공위성 ‘광명성1호’를 지구 궤도에 올렸다고 주장했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 수뇌부의 최대 관심사는 위성의 궤도 진입이 아니라 대포동2호 미사일의 발사 성공”이라며 “북한이 그동안 위성 기술 개발에 주력한 정황도 없어 1998년 때처럼 궤도 진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10여 년 사이에 관련 기술을 상당 수준 발전시켰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1월 초 사피르2호 미사일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은 북한에서 이전받은 미사일 기술 덕분”이라며 “북한이 이란의 사례에서 자신감을 얻어 미사일 발사를 결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규범 준수와 택일의 정치학=북한은 1998년 동해상으로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국제사회에 어떤 예고나 통보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 북한 스스로 의무가 따르는 조약에 가입하고 관련 국제기구에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 것은 과거와 다른 행태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우주 관련 조약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며 “북한의 조약 가입은 앞으로 있을지 모를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 행위를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미사일 발사 시기는 그동안 4월 초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8일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선거에서 뽑힌 대의원들이 모이는 1차 회의가 4월 초에 열릴 것으로 보이고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앞둔 시점이어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8년에는 7월 26일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 선거를 열어 엘리트 65%를 교체한 뒤 8월 31일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어 9월 5일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를 열어 김정일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하고 헌법을 개정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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