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말로만 엄정대응…‘밥풀떼기’에 휘둘리는 경찰

  • 입력 2009년 3월 11일 16시 43분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11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공권력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도로로 나온 불법 시위대를 통제하려던 경찰이 시위대에 둘러싸여 집단폭행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시위 현장에 있던 50대 남성이 경찰관의 신용카드를 빼앗아 사용한 일도 있었는데요.

(김현수 앵커) 최근 용산 참사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20일 만에 사퇴한 뒤에도 경찰은 불법폭력시위에 대해 엄청 대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경찰의 강경대응 방침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사회부 사건팀 신광영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신 기자, 경찰의 공권력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나요?

(신광영) 네. 경찰은 불법폭력 시위에 대해서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위대의 '게릴라 작전'에 번번이 말려드는 상황입니다. 지난 주말 용산 철거민 추모집회에서 경찰을 집단 폭행하고 정보과 형사의 지갑을 빼앗은 시위대는 모두 200여명에 불과했습니다.

시위 참가자 수는 줄었지만 조직화된 전술로 경찰의 허를 찌르는 게 최근 집회의 특징입니다. 사건 당일에도 전경들이 인도로 진출하려던 시위대를 가로막자 인도의 군중 속으로 흩어진 뒤 경찰병력 뒤로 이동해 현장 지휘부를 급습했습니다.

또 현장에서 업무를 분담해 일사분란하고 치밀한 움직임을 보이는데요. 일단 정찰조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두행진 장소를 물색하면서 경찰의 이동상황을 파악합니다. 이들이 경찰통제선 뚫기 쉬운 시위장소를 선택해 연락을 취하면 나머지 시위대가 지하철을 타고 해당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인데요. 지하철로 이동하다보니 버스로 이동하는 경찰은 속도전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일명 '밥풀떼기'라고 불리는 정보원이 인도의 인파 속을 돌아다니면서 경찰배치 상황과 사복경찰의 동향 등을 시위대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박 앵커) 그렇다고 경찰이 당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이젠 경찰의 시위 대응전략도 크게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요.

(신) 네. 경찰은 불법시위를 종류별로 나눠 대응책을 마련하고 특히 도심 게릴라 전략에 맞설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강화할 계획인데요.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상습 시위꾼은 200명 정도이고 누가 더 빠르고 정예화 됐나의 싸움인 만큼 불법 시위자 검거 훈련과 대응전술도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시위대보다 경찰 수가 적을 경우 무리하기 진압하기보다 사진 채증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 사후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박 앵커) 한국에선 불법을 일삼는 시위대가 미국에 가선 순한 양처럼 폴리스 라인을 지켰습니다. 불법을 했다간 피해를 당할 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죠. 용산참사로 희생된 경찰관과 철거민들에 대한 49재가 지난 9일 동시에 열렸죠?

(신) 네. 용산 철거민 시위 진압 중 철거민과 함께 숨진 김남훈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 씨는 아들의 위패 옆에 사망한 철거민 5명의 위패를 함께 모셨습니다. 죽음을 맞게 된 이유는 달랐지만 생명의 고귀함에는 차이가 없다는 김 씨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그러나 최근 용산 철거민 추모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한 사태에 대해선 "경찰이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그렇게 맞고 다니니 우리 아들을 보는 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단호하게 비판했습니다.

김 경사 49재에는 용산 참사에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내정자에서 사퇴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도 참석했는데요. 김 전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퇴임 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머물러오다 김 경사의 49재에 참석하기 위해 8일 밤 귀국했습니다. 김 전 청장은 이 자리에서 "귀국 비행기에서 경찰관이 두들겨 맞고 지갑을 빼앗겼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착잡했다"며 "용산 참사는 무고한 생명 6명이 숨진, 말 그대로 참사지만 김 경사의 죽음은 무고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고귀한 희생"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앵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사태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냐"며 우려를 표시했는데요, 하루빨리 법질서가 서는 정상적인 나라가 돼야겠습니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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