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 세습구도 일단 감추기…관심은 내달 최고인민회의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 北 대의원 687명 발표

이전과는 달리 늦게 공개

‘대의원 김정남’ 이름 빠져


북한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 687명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은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됐다는 설과 함께 관심을 끌었던 3남 김정운(26)은 물론 장남 김정남(38)과 차남 김정철(28)도 없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의원 명단에 북한의 ‘3대 세습’ 구도가 드러날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은 일단 빗나갔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외부로 표출된 북한 내부의 다양한 징후는 조만간 후계 문제가 가시화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빗나간 김정운 후계자 지명설=한 북한 전문가는 9일 오전 “북한이 그런 식으로 후계자 문제를 표면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의원 명단에 김 위원장 아들들의 이름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의 경우 1974년 후계자로 공식 내정됐지만 그가 대의원이 된 것은 8년 뒤인 1982년이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라는 자리는 노동당과 국방위원회의 요직에 비하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비중이 낮은 자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1998년과 2003년 대의원 명단에 있던 ‘김정남’이라는 이름이 이날 명단에서는 빠져 그가 김 위원장의 장남이었는지 아닌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게 됐다.

▽헌법개정 여부와 2012년 후계자 지명설에 관심=북한이 비록 이번 대의원 선거를 통해 표면화하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서 후계 논의가 전개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해 3, 4세대 관련 조직인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을 활발히 가동시키고 지난달 25일에는 역대 네 번째로 전국선동원대회를 여는 등 후계 체제 가동의 전조로 보일 만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4월 초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제12기 제1차 최고인민회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의에서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헌법 개정이 이뤄지거나 당과 국방위원회 등의 요직 인사에 ‘힌트’가 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여는 해’로 규정한 2012년으로 후계자 문제를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남은 3년 동안 후계 구도 조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대미, 대남, 대내 정책을 조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의원 명단 발표 예년보다 늦어져=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예년에 비해 늦은 오후 8시 반부터 전체 대의원 명단을 보도했다. 1998년 제10기 대의원 선거 때는 다음 날 정오에, 2003년 제11기 선거 때는 다음 날 오후 3시경 대의원 명단을 신속하게 공개했다.

명단에 따르면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84)은 105호 선거구에서 당선돼 북한 역대 최다인 10선으로 기록됐다.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8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7선이 됐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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