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처 호소 외엔 뾰족한 수단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개성공단 인력 안전확보 어떻게

개성공단 전략적 취약성

정부 너무 안이하게 대처

공단 연결된 KT전화선도

北서 언제든 끊을 수 있어


“북한이 개성공단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평화 시기에는 돈을 벌고 대결 시기에는 대남 협박 수단으로 삼는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사실로 나타났다.”

북한이 9일 군 통신 차단을 명분으로 개성공단 내 한국인 573명을 사실상의 인질로 잡은 데 대해 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1조치’ 이후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개성공단 내 한국인들이 정치적 볼모로 잡힐지 모른다는 개성공단의 ‘전략적 취약성’을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출신인 장철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북한이 12·1조치를 단행하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공단을 허락한 2000년 당시 많은 기업을 끌어들여 ‘전략적 필요시’에 남한을 정치, 경제적으로 위협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본보 2008년 11월 26일자 A4면

“많은 기업 개성공단 끌어들여 南위협때 전략적 활용 지시”

실제로 이날 귀환하려던 한국인 80명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측 파트너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선처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수단이 없는 무기력함을 보였다.

이날엔 서울의 개성공단지원단과 개성의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및 기업들 사이에 연결된 KT 전화선을 통해 연락이 됐지만 북한은 언제든지 이 선을 끊을 수 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개성공단 인력이 2주일 동안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물자가 비축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아직 개성공단 내 한국인을 억류한다는 의사를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만약의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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