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 개성공단 끌어들여 南위협때 전략적 활용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3분



北통전부 간부출신 장철현 안보전략硏 연구원 주장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역(逆)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성공단 건립을 허락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 대남 전략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 간부 출신인 장철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5일 기자와 만나 “최근 개성공단의 위기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공단 설립 당시 구상했던 전략을 현실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발표하자 “햇볕정책 중에서 수용할 부분은 과감하게 소화하면서 장차 우리의 대외 정책에 역이용하라”며 남북관계와 관련해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첫째, 남북 교류는 경제적 이익에만 국한하고, 둘째, 남북 관계는 북-미 관계가 회복될 때까지 과도적으로 진전시키며, 셋째, 햇볕정책이 남한 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라는 지시였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이런 전략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기획됐고 김 위원장은 2000년 공단을 최종 허락하기 전 통전부에 두 가지 지시를 내렸다고 장 연구원은 전했다. 하나는 개성에 많은 기업을 끌어들여 ‘전략적 필요시’에 남한을 정치 경제적으로 위협하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개성공단을 남측에 개방하는 대신 인민무력부가 철저한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었다.

장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인건비에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남한 기업인들이 요구하는 대로 해주는 대신 북한이 군사적인 양보를 하는 것처럼 선전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개성공단 설치에 따른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단 지역을 기지화, 요새화하고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남편 등을 훈련된 교도지도국(도시 게릴라전을 위해 훈련된 부대) 출신들로 채우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에서 10년 만에 보수정권이 들어서자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할 ‘전략적 필요’가 생겨 개성공단을 위협하는 것이지 남한의 대북정책이나 대북 전단(삐라) 발송 등이 위기를 불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장 연구원은 “2004년 탈북해 입국한 뒤 정부 기관에 이런 사실을 여러 차례 알리고 유사시 입주기업들의 재산권을 지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