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파행인사 논란…특채-별정-계약직이 54%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정부부처-지자체엔 ‘공개채용’ 권고해 놓고선…

#사례 1

2004년 충남 논산시는 지방공무원(10급) 특별채용 공고를 내면서 응시 자격을 ‘공고일 현재 국가·지자체 또는 공공기관에서 계속해서 2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로 못 박았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다수 국민이 응시 기회를 박탈당해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사례 2

2006년 1월 국가인권위는 내부의 별정·계약직 공무원 27명만을 대상으로 응시 자격을 제한한 특채 시험을 치렀다.

외부 공고도 없이 치러진 이 시험에서 2명만 탈락하고 25명이 합격해 신분과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됐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다른 부처의 특채에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권고하던 인권위가 ‘제 식구’에게는 특혜를 주는 ‘이중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2006년 이후 32명 일반직 전환…행안부는 7명뿐

직원의 20%가 시민단체 출신… ‘취업창구’로 변질

조직운용 감사지적-정부지침 어겨… 편향성 시비도

○ 감사 지적사항, 규정, 지침 위반 적지 않아

9일 행정안전부와 감사원 등에 따르면 그동안 인권위는 자율성을 앞세워 채용과 조직 운용에서 정부의 지침과 규정, 감사 지적 사항 등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1월의 대규모 특채가 대표적인 사례다.

별정·계약직 공무원을 일반직 공무원으로 특채할 때는 어떤 ‘우선권’도 인정하면 안 된다는 인사 규정을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별정·계약직의 대규모 일반직 전환은 다른 부처에서는 드문 일이다. 인권위는 2006년에 모두 28명을 일반직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그해 중앙부처 전체 일반직 전환(162명) 규모의 17.2%에 해당한다.

인권위가 2006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32명을 일반직으로 전환시키는 동안 행안부의 일반직 전환은 7명에 그쳤다.

행안부 당국자는 “2005년 12월 각 부처가 특채를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공무원시험령이 개정되자 인권위는 바로 대규모 특채를 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2006년 4월에도 외부 공고나 경쟁 채용 절차 없이 3급(국장급) 별정직 직원을 2급 별정직으로 재임용하기도 했다.

○ 특채 위주 채용, 시민단체 출신 취업 많아

공채보다 특채 위주의 채용이 이어지면서 현재 인권위 5급 이상 공무원 90명 중 49명(54.4%)이 별정·계약직이거나 특채 출신의 일반직이다.

또 이 중 상당수는 시민단체 출신이다.

지난해 6월 인권위가 국회에 낸 ‘2005년 이후 직원 출신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4명 중 시민단체 출신이 41명(20.1%)이었다.

시민단체 활동 경력 5년 이상이 5급으로, 15년 이상이 3급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급 일반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45.2 대 1이고, 7급으로 시작해서 5급(사무관)이 되는 데 평균 14.9년이 걸린다.

인권위의 이 같은 인사정책은 일반 공무원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대비되는 것이다.

특정 시민단체와의 관련성과 편향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권위 직원 A 씨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주도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었던 박모 씨의 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인권위는 이 시위에서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과잉 진압했다는 결론을 내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경찰의 인권침해 관련 조사를 담당했던 직원 B 씨는 공무원 신분으로 겸직 신고도 하지 않고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지지한 시민단체의 이사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특채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졌으며 B 씨는 내부 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3월 인권위는 1월 용산 참사 등 전국의 재개발 현장 폭력 사태에 개입해 온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의 후원문화제 행사를 후원하기도 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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