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홈페이지 또 패러디 등장, 속내는...

  • 입력 2009년 3월 3일 15시 17분


“‘꽃보다 경제 H4’, 좋지 않나요? 문구도 좋고 친근하고. 패러디는 계속돼야 합니다.”

최근 한나라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꽃보다 남자’의 미남들 ‘F4’에 빗대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들을 ‘꽃보다 경제 H4’라는 이름으로 패러디 했다. 뿐만 아니라 가수 손담비로 분한 박희태 대표가 ‘경제에 미쳐보자’고 하는 패러디 포스터를 기재해 누리꾼들로부터 ‘손발이 오그라든다(아주 민망하다)’는 안 좋은 평을 받았다. 한 누리꾼은 한나라당의 ‘꽃남’ 패러디에 대응해 ‘소통보다 분통’이라는 제목의 패러디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3일 또다른 패러디를 내놓았다. 미디어법 통과와 관련해 박희태 대표가 야당의원인 듯한 인물과 주먹을 교환하고 있는 장면이다. 제목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을 뻔 했다’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온라인 소통과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김성훈 디지털정당위원장(38·동영상)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며 “패러디도 국민 소통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러디는 당 홍보 부서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 올린 것”이라며 “이슈가 크게 되는 등 반향이 커서 디지털정당 차원에서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무플(댓글 없음) 보다는 악플(악성 댓글)이 낫다’는 말 같았다. 하지만 ‘여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때에 웬 장난질이냐’는 여론도 상당하다.

김 위원장도 이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나라당이 꽁꽁 얼어 있는 국민들의 마음에 노크를 하는 것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일단 마음을 열어야 구체적인 정책 홍보도 먹히지 않겠냐고 했다.

패러디만이 문제는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추진하는 국민과의 소통 문제 전반이 아직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을 위시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는 악플이 더 많이 달린다.


▲동아닷컴 이철 기자

지난 1월 뽑힌 디지털정당위원회 산하 국민소통위원회의 국민소통위원 1기를 놓고 ‘알바 논쟁’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석현 의원이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광장에 지난달부터 수백 명의 여당 알바들이 침투했는데 아이피를 보니 한나라당에서 위촉한 국민소통위원이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부 누리꾼들도 이에 동조해 ‘딴나라당 알바 명단’이라는 제목으로 소통 위원들의 명단을 인터넷에 퍼 나르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아고라에 글을 쓰면 찬성 대 반대가 1대 9 정도 된다. 알바생이 있다면 그렇게 되겠느냐”며 “일반 누리꾼들이 저에게 ‘알바다, 알바대장이다’ 이런 말을 많이 하셨지만, 4선 의원까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제대로 된 해명이 없다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140명의 국민소통위원들은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토론 방에서 발제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여론 수렴을 해서 당에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지원서에서 밝힌 이들의 성향은 진보 26명, 보수는 88명, 모름이나 무응답 26명이다.

진보 성향 인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위원들을 모두 ‘알바’로 모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 하지만 보수 인사들이 3배 이상 더 많다는 점은 의문거리다. 지원자들의 통계를 확인해 보니 진보 성향 지원자 50명 가운데 24명이 떨어졌다. 보수의 경우 지원자 97명 가운데 단 9명만 탈락했다. 혹시 편견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아마도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사람들 가운데 지원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제출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4월 말에서 5월 까지 낙태, 동성애, 배아줄기세포, 존엄사와 같이 언론에서도 잘 다루기 힘든 이슈로 누리꾼들과 토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기서 나온 좋은 의견은 당에 전달한다고 했다.

또한 사이버 클린 운동 차원에서 관련 한나라당 의원들의 아고라 글 밑에 달린 댓글을 분석해 욕설, 도배글, 명예훼손, 합리적 비판, 가설적 사실 등으로 분류해 모은 뒤 다시 게시판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사이버 검열’논란이 일수도 있다. 그는 “고소고발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누리꾼들이 보고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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