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2월 법안처리 0건…해도 너무한 놀자판 국회

  • 입력 2009년 2월 17일 21시 09분


◆놀자판 국회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17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2월 임시국회가 벌써 중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연말연초 폭력사태 끝에 어렵게 시작한 국회라 국민의 기대가 컸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현수 앵커) 여야가 각 당의 중점 추진 법안을 2월에 처리하기로 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여야가 합의한 내용조차 실행하지 못할 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부 류원식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류 기자, 우선 지난달 여야가 합의한 사항부터 소개해 주시죠.

(류원식) 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창조의모임, 세 교섭단체의 원내대표는 지난달 6일 주요 쟁점법안 처리 문제를 일괄 타결했습니다. 이때 작성한 합의문에 따라 2월 국회에서 상정해 처리해야 할 법안은 금산분리 완화 법안과 출자총액제한 폐지법, 통신비밀보호법, 복면착용금지법 등의 사회개혁법안 등입니다. 최대 쟁점이었던 미디어 관계법은 '이른 시일 안에' 처리하기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이른 시일 안에'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2월 국회에 처리하기로 한 법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동아일보가 조사한 결과 2월 들어 상임위원회에서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상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박 앵커) 국회가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군요.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류) 현재 국회엔 여야가 이번 임시국회 중 합의 또는 협의 처리하기로 한 핵심 법안 27개가 해당 상임위에 아예 상정도 안 된 상태입니다. 법안이 처리되기 위해서는 해당 상임위에 법안을 상정하고 여야의 논의를 거쳐야 본회의에 올려 표결에 붙일 수 있습니다. 상정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은 법안 처리 진행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얘깁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모두 2230여 건으로 이 중에는 여야 간 이견이 적은 경제 관련 법안도 많지만, 일부 법안을 제외하고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 앵커) 그렇다면 2월에 처리하기로 한 법안들을 다 통과시키는데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류) 그렇습니다. 민주당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19일까지는 쟁점법안 논의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입니다. 민주당의 방침대로 20일부터 상임위별로 법안을 상정한다면 27일과 다음달 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쉽지 않습니다. 상임위 상정 후에 여야가 법안을 심사해 통과시키고 법사위까지 거쳐야 본회의에 올릴 수 있는데 이 절차를 마무리하기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박 앵커) 참 답답하네요. 그런데 도대체 국회는 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겁니까?

(류) '노는 국회'에 대해 여야가 내세우고 있는 주장은 다릅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법안 처리 지연 전술을 펴고 있다며 민주당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신임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용산 참사 관련 긴급현안질의 등을 이유로 의사일정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매일 상임위를 열어 법안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민주당의 태업에 속수무책이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노는 국회라거나 민주당의 논의 거부로 상임위가 마비상태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MB 악법'을 제외한 민생 경제 법안 처리에는 열심이라는 것입니다.

(김 앵커) 서로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를 상대 당에 떠넘기려는 것 같습니다. 의원들이 자기 할 일은 하면서 이런 비판을 하는 건가요?

(류) 각 당 의원들이 남을 욕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닌 거 같습니다. 국회의 각종 일정에 참석하지 않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는 240만 해외동표에 투표권을 주는 내용의 재외국민투표법 등을 처리하는 중요한 회의였지만 참석 의원은 17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재적의원이 295명이니까 60%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상임위 회의장도 곳곳에 빈 자리가 눈에 띄고 회의가 끝나기 전에 빠져나가는 등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의원에게 물어보니 요즘 의원들은 고등학교 졸업식에 가느라 회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졸업식 참석은 곧 투표권을 행사하게 될 고교 졸업생들과 이들의 가족까지 많은 유권자를 한 번에 만나 얼굴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입니다. 한 서울 지역 초선의원은 "고교 졸업식에 부르면 열일 제쳐두고 무조건 간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 앵커) 지금처럼 경제침체로 국민이 고통 받고 있을 때 국회가 열심히 일해 줘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류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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