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로 ‘오바마 떠보기’…美 “도발 말라” 선제적 경고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 美 잇단 강경발언 배경

게이츠 국방장관 ‘MD카드’ 통해 北 적극적 봉쇄 시사

정부 “미사일에 액체연료 주입하면 발사결심 굳힌 것”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10일 잇달아 대북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미사일 요격 준비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게이츠 국방장관의 말은 원론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일본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봉쇄에 나서겠다는 ‘경고’로도 해석할 수 있다.

2006년 7월 발사된 대포동 2호 미사일은 42초 만에 동해로 추락해 실패했지만 만약 이번 발사가 3년 전보다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입증된다면 미국으로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추진하다 중단했던 한국의 MD 체제 참여를 다시 요구할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대포동 2호 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하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로 최대 사거리 6700km를 비행하면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클린턴 두 장관의 잇단 경고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에 필요한 원격측정 설비를 조립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CNN 보도 이후 나온 것으로, 믿을 만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양 인근 군수공장에서 대포동 2호 미사일 관련 설비와 장비를 실은 군용트럭들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로 계속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소식통은 “이 설비들이 구체적인 발사 시점을 선택하기 위한 기상관측 레이더이거나 미사일의 궤도를 추적하는 정밀추적 레이더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태평양사령부의 대변인인 브래들리 고든 소령도 “모든 장비를 동원해 북한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이 발사를 강행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2006년 7월 무수단리 기지에서 대포동 2호 등 미사일 7기를 발사하기 한 달여 전에도 이런 설비를 미리 설치한 바 있다.

그러나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부품과 발사장비 운반, 기상관측 레이더 등의 설치, 미사일 조립 및 발사대 장착, 액체연료 주입 등 한 달간 총 10여 단계의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3000만 달러에 이르는 발사비용 역시 부담스럽다.

북한이 남한 등을 방문하는 클린턴 장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발사준비 과정을 단계적으로 노출해 미국을 압박하는 ‘시위 전술’을 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발사를 할 경우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

한국 군 고위소식통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대에 장착할 경우 본격적인 발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그리고 미사일에 액체연료를 주입할 경우 발사 결심을 굳힌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발사대에 미사일을 장착한 뒤 연료 주입에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7회 생일인 16일에 맞춰 발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경우 다음 발사 시점은 4월 25일의 인민군 창건기념일 정도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어떻든 지금의 작업 속도로 추정할 때 한 달 이내에는 미사일 조립과 발사대 장착, 액체연료 주입 등 모든 발사 준비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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