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한반도 비핵화 노력중… 6자회담 진전시켜야”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설 맞은 평양거리 민족의 명절인 설을 맞아 26일 평양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설 맞은 평양거리 민족의 명절인 설을 맞아 26일 평양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美 “北과 대면 원해” 화답… 대화무드 고조

김정일 - 美국무부 ‘6자회담 유용성’ 의견 일치

美 “대북정책 재검토”… 협상 이르면 내달 재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23일 회동을 계기로 북핵 6자회담이 탄력을 받게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6자회담 진전 의지를 밝히자 미국이 즉각 화답함으로써 일단 분위기는 조성됐기 때문이다.

▽되살아나는 6자회담 동력=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 백화원 국빈관에서 왕 부장을 면담하면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함께 협조와 조화를 이뤄 6자회담을 부단히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6자회담의 유용성을 강조한 데 대한 호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미국 새 행정부는 곧바로 환영 의사를 밝혔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23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좋은 일”이라며 “클린턴 국무장관이 인준청문회에서 분명히 밝혔듯 6자회담은 장점이 있고 새 정부는 물론 다른 국가 정부 역시 북한과 다시 대면하기를 원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미국 측의 반응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6자회담의 계속성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앞으로 6자회담이 어떤 형태로든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 확정이 관건=그러나 6자회담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는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얼마나 빨리 진행될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6자회담은 지난해 12월 수석대표회담을 끝으로 다시 열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북-미 양자회담에서 중요 쟁점들에 대한 합의를 이룬 뒤 주변국의 동의를 얻는 방법으로 6자회담을 활용해 왔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해 우드 부대변인은 “북한 관련 정책이 현재 재검토되고 있다”며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재검토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해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새 행정부 간의 양자협상 및 6자회담 재개가 곧바로 북핵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1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는 별개 문제라며 미국의 새 행정부를 압박했다.

▽동북아안보체제 논의는 다음 달 속개=이런 가운데 6자회담 내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를 위한 실무그룹회의는 다음 달 19∼20일경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에서 합의된 것으로 이번이 3번째다.

이와 관련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평화안보 체제 실무그룹회의 의장국인 러시아의 6자회담 수석대표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교차관이 방북했다고 보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정일, 후진타오에 “한반도 긴장 원치않아” 친서

주민에겐 전쟁대비 훈련 ‘내부단속’

북한이 주변국들에 한반도 긴장 완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전쟁 대비 훈련을 통해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3일 접견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통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주민들을 상대로 전쟁 대비 훈련을 강화하는 등 내부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관청과 공장, 기업 등 사업장마다 주민대피소(주로 건물 중앙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곳에 위치)를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 대피소를 새롭게 단장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당국은 사이렌 소리의 길이나 횟수 등을 5단계로 구분해 적의 공격에 대비한 주민 대피훈련을 수시로 하고 있다”며 “확성기를 단 차량이 평양 시내를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을 선전 선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체제 유지에 불안을 느낀 북한 지도부가 전쟁 위험을 내세워 내부 단속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개최 이후 개혁과 개방을 통해 잘살게 된 중국의 사례가 북한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며 “여기에 시장을 통한 자본주의 사조(황색 바람)의 유입이 더해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이후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확산되고 후계자 지명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것도 지도부의 불안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조선중앙TV에 출연시켜 “(남한에 대한) 전면 대결 태세”를 강조한 것 역시 주민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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