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개혁 헝클어질라”…李대통령 고민 길어져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 靑, 김석기 내정자 거취 결정 왜 미루나

청와대가 22일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거취 문제를 설 연휴 이후로 미루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와 여론의 추이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밤 열린 당-정-청 심야회동에서도 논의됐지만 여권 핵심부 내에서도 김 내정자의 사퇴 불가피론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최종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은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김 내정자가 낙마할 경우 그의 경찰청장 임명을 전제로 추진하려던 경찰 인사 및 개혁 구상이 완전히 헝클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일차적인 고민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찰청법에 따르면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은 치안정감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현재 3명의 치안정감 중에는 마땅한 후보감이 없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경찰 내부의 인사 문제가 밖에 알려져 있는 것보다 아주 복잡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 때처럼 촛불집회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촛불집회의 규모가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도 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검찰 조사 결과 용산 참사의 화재 원인이 화염병 때문인 것으로 차차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이런 사정을 종합해 설 연휴 이후로 검찰의 중간 조사 발표와 김 내정자 거취 문제에 대한 판단을 미루기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전날 선(先)진상규명을 강조했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브리핑에서 “어제와 달라진 게 없다”며 “특정인의 거취 문제가 문제의 핵심인 양 부각되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적인 논의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청와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김 내정자가 설 연휴 이후 책임을 지고 사퇴할지도 불투명하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전적으로 여론의 흐름에 달려 있다”고 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경우 김 내정자의 책임론도 수그러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상황도 가능하다.

여권 일각에선 여전히 김 내정자의 전격적인 자진 사퇴 선언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설 연휴 직전인 23일 선제적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한 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무조건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변인은 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요청안을 23일 제출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건 내일(23일) 대답하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거취 문제는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인 것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동아닷컴 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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