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갈등 못푸는 黨-政-靑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곳곳서 터지는 대형이슈 해결노력 실종

“대통령이 한마디해야 실무자들 움직여”

전문가 “전담기구 만들어 체계적 관리를”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을 계기로 사회 곳곳에 잠재한 갈등을 관리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분출되는 불만과 요구가 갈수록 다층화, 세분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미비한 데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에만 집착해 갈등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 잇따른 갈등 표출

쌍용자동차 법정관리신청(1월 9일)과 노조의 반발, 현대자동차 지부의 파업 결의(19일), 건설 및 조선업 구조조정안 발표(20일) 등 노사갈등과 함께 사회 전반에 큰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대형 이슈들이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전력하면서도 정작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해소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청와대와 관계 기관에서 사회 갈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그런 틀이 전무하다”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잠재 갈등이 더욱 누적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정-청이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책임도 함께 져야 하는데 지금은 따로 놀고 있다”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시민사회도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국정사령탑의 기능이 미흡하다는 비판은 여권 내에서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는 정책 조율과 정무 판단, 위기관리 등 3가지 국정 컨트롤타워 기능을 해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화를 내고 한마디 해야 실무자들이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체계적 갈등관리 시스템 시급

2007년 2월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령인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대한 규정’에 따라 각 부처에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설치했다. 민간인을 위원장으로 한 이 위원회는 갈등을 유발할 현안을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동안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제대로 된 갈등처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가 생기면 이해 당사자들은 “대통령이 나와서 해결하라”는 요구부터 하는 실정이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탓에 부처 차원에서 먼저 걸러지고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대통령에게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장실 이재성 정무국장은 “기간산업의 파업과 노사 갈등은 지금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정부 여당에서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정책당국자와 정치인이 갈등 현장에서 중재하고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과 네덜란드처럼 범정부 차원의 갈등관리 전담기구를 새로 설립하거나 조만간 청와대가 출범시키려는 사회통합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통신대 이선우(행정학) 교수는 “국민의 불만과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정책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동시에 풀어줄 수 있는 갈등관리기구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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