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고용, 가장 심각한 문제 일자리 나누기로 가야”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 윤증현 재정부 장관 내정자 인터뷰

“위기극복 위해 노사문화 변화 필요

청년실업 해법, 교육개혁서 찾아야”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Job Sharing)’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 문화의 새로운 창조가 꼭 필요합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의 사령탑(컨트롤타워)을 맡게 된 윤증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개각 발표가 난 19일 밤 기자와 만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일자리”라며 고용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직 내정자 신분인 만큼 경제정책 운용 방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경제 현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중요한 자리도 할 만큼 했고, 이 나이가 되니 사심(私心)이 없어졌다”며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경제 회생에 진력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윤 내정자는 일자리 나누기의 구체적 방안과 관련해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에는 인원을 줄이는 것과 인원은 그대로 두되 임금을 줄이는 것이 있는데 (지금 경제상황에서는) 후자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금 유연성’을 높여 일자리 감소를 막는 정책을 쓰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유동성 과잉’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해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다시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처방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해법이 다시 위기를 잉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어느 시기에 절도 있게 유동성을 늘리고 줄이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윤 내정자는 또 “경제와 교육은 함께 가는 것”이라며 청년 실업의 해법으로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높은 편이지만 대학 졸업생은 일할 곳이 없고, 현장에서는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인 모순은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 문제를 개혁해 고등학교만 나와도 성공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강만수 장관의 공과(功過)를 묻는 질문에 “강 장관은 사심 없이 최선을 다했다. 외부환경이 너무 안 좋았고 불운했다. 오늘도 강 장관에게 먼저 전화해서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윤 내정자와 강 장관은 1965년 서울대 법대에 함께 입학한 동기생이며, 행정고시는 강 장관(8회)이 10회인 윤 내정자보다 먼저 합격했다.

윤 내정자는 지난해 30년 동안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그러나 인터뷰 중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8개월 동안 담배를 끊었는데 오늘 낮부터 자꾸 생각이 난다”며 멋쩍어 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경제위기의) 수렁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많다”며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연락이 오기에 ‘축하 대신 위로를 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집 근처 카페에서 20일 새벽까지 3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를 마치며 “희망과 용기를 놓지 않으면 반드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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