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울려는데 뺨때린다?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오늘 의총열어 결속 다져

한나라 법안처리 준비 막바지 작업

28일 직권상정 법안 점검

114개중 50개 선별할 듯

《한나라당은 여야 대화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25일 휴일이지만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이 국회로 나와 법안처리를 위한 마지막 준비 작업에 집중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이미 건넜다는 분위기다. 홍 원내대표는 “25일이 지나도 여야 협상의 길이 보이면 법안을 협의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기대는 버린 표정이다.》

한나라당은 26일 이번 법안 전쟁의 분수령이 될 의원총회를 열어 법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다지겠다는 태세다. 또 직권상정에 대비한 법안 자구(字句) 수정과 함께 위헌 가능성 검토 작업도 사실상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율사 출신의 원내대표단 중심으로 지난 일주일간 법안심사 작업을 해왔다.

조만간 김형오 국회의장에게는 직권상정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청와대와 여당 수뇌부는 이미 김 의장에게 비공식적으로 “직권상정이 불가피하다.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상정을 요청할 최종 법안 선정 작업은 28일까지 끝낼 것으로 보인다.

직권 상정 대상 법안에는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해소 법안과 민생 및 경제 살리기 관련 법안, 세출 예산 법안 외에도 여야 간 쟁점이 되고 있는 집시법, 방송법, 정보통신망법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당직자는 “직권상정으로 갈 경우 중점 처리 법안 114개 가운데 40∼50개가 선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쟁점 법안 일부는 빼고 처리하자는 ‘속도조절론’도 있지만 지도부는 강행 의지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막판 법안 선정 작업에서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은 빠질 가능성도 있다.

법안 처리 ‘D데이’는 30, 31일 또는 회기 마지막 날인 내년 1월 8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당 수뇌부와 청와대는 연내 처리를 바라고 있지만 김 의장은 너무 이른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여권 관계자는 “연내에 쟁점 법안 일부를 빼가면서 선별 처리하는 것보다 민주당에 대화를 촉구하며 명분을 쌓은 뒤 회기 마지막 날 모든 쟁점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게 낫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최근 지지율 소폭상승 고무

민주 “결사항전” 전의 불태워

“본회의장도 점거” 강경론

투쟁통해 지지층 결집 전략

《여야의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25일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과 원내대표실, 점거 농성 중인 행정안전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상임위에는 수십 개의 매트리스, 이불, 김밥, 물, 온풍기 등 장기 농성에 대비한 물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미 8일째 점거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 당직자, 보좌관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들은 “끝까지 간다. 남은 것은 결사 항전뿐”이라면서 전의를 가다듬었다.》

민주당은 이른바 ‘MB개혁 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가 임박했다고 보고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실력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당 일각에서는 장외투쟁은 물론이고 의원직 총사퇴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여당이 직권상정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는 것은 더는 야당이 필요 없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강경론을 고수하는 데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22,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4.2%로 일주일 전 조사보다 5.1%포인트 올랐다. 반면 한나라당은 4.7%포인트 하락한 34.5%였다.

당 내부 조사에서도 현 대치국면과 관련해 민주당 지지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는 것.

하지만 절대 의석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임위장 및 본회의장 점거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는 당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편이다.

또 장외투쟁이나 의원직 총사퇴를 할 경우 이후 대안이 없다는 점도 초강경 실력저지를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상임위장 또는 본회의장에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처럼 여당에 마구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오히려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거대 여당의 강행 처리가 결코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데다 민주당을 떠난 전통적인 지지층이 다시 결집할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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