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한두해 보낸것 아닌데 남북경색이 전단지탓인가”

  • 입력 2008년 10월 29일 17시 13분


자유북한운동연합 “탈북자들이 만들어 설득력 커…0.1% 전달돼도 성공”

“정부가 뭐라고 하든 북에서 짖어대든 친북좌파들이 난리치든 우리는 지금까지 했던 신념과 원칙대로 전단(삐라)을 더 많이 만들어 보낼 겁니다.”

최근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국내 민간단체에서 북한으로 날려 보내는 전단이 남북관계의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물에 젖지 않도록 양면 비닐로 만들어진 전단에는 △6·25전쟁은 남침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홉 명의 부인과 자녀들을 폭로하는 내용 △남북한 경제 수준 차이 △납북자 명단 등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추가됐다. 전단은 수소 가스를 채운 15m 길이의 비닐 풍선에 담겨져 한번에 10만장 씩 북한으로 날아간다.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북한은 전단 살포와 관련해 “계속 살포 땐 (북한) 군대의 단호한 실천 행동이 뒤따를 것”이라고 연일 항의하고 있다. 우리 통일부도 나서서 말리고 있다. 전단 살포는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이 상호 비방 선전을 하지 않기로 한 합의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29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사진) 대표를 만났다.

1999년 가족과 함께 북한을 탈출해 2000년 남한에 온 박 대표는 5년 전부터 전단을 북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매년 150만∼200만 장의 전단을 보낸다. 이 단체 외에는 납북자가족모임이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

“군인이 관광객 죽이는 나라가 어딨나”

“북한의 항의에는 새 정부 길들이기 목적도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보낸 전단지와 우리 탈북자들이 보내는 전단지는 설득력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됩니다. 이건 읽게 돼 있습니다.”

박 대표는 대북 전단을 계속 날려 보낼 경우 남북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한두 해 보낸 것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을 전단지에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은 핵실험과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등 북측에 있다고 말했다.

비닐 풍선에 담긴 전단지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까. 황해도와 강원도를 넘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평양과 남포에서도 전단지가 발견됐다고 했다.

“미국 6자회담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전단지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북한 관리들이 ‘아직도 남한에서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는데, 우리가 보낸 것인지 북한에서 남한을 비하하기 위해 조작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확실히 가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 정부에서 난리를 친다는 것이죠. 북한 주민들이 받아보고 동요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는 전단지에 적힌 내용이 사실에 기초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북한에서 말하는 것처럼 ‘흑색선전’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길 보면 김정일 가계도가 있는데 자기 출생연도부터 거짓말입니다. 북한에서는 위대한 장군님이 엄청난 인격과 도덕적 풍모를 지낸 분이라고 알고 있는데 정실 자식은 없고 정상적인 결혼으로 가정을 꾸린 것도 아니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더 있지만 확실한 근거 자료가 나올 때까지 뺐습니다. ‘김정일 건강이상설’도 10월10일 까지는 확신이 없어 넣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다른 탈북자 통신원 통해 들어보니 김정일이 공식석상이 나오지 않았고 북한당국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 동요를 의식해 군부대 방문 사진까지 조작한 것을 보고 비로소 포함시켰습니다.”

“통일부, 5년 동안 냉대하더니…”

박 대표는 우리 통일부에도 날을 세웠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월 23일 박 대표를 만나 격려했다.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지 못하면 방해라도 말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7일 통일부 직원들이 찾아 왔기에 ‘대한민국의 자유통일 헌법을 사수하는 통일부가 아니고 적화통일 전선부서 요원들이냐’고 욕을 해서 보냈습니다. 5년 동안 빈손 털어가며 전단 보낼 때는 냉대하더니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청와대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합법적인 NGO의 활동을 정부가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나라라면 오지도 않았습니다.”

박 대표가 남한에 온지도 만 8년이 넘었다 그는 그동안 서울대학교 모바일 연구소, 작은 신문사 기자, 북한 인권단체 일을 했다고 한다. 그는 남한 사회가 자신들을 받아준 데 대해서는 고맙지만 국민들의 무관심,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과 지나친 친북 좌파 단체들을 볼 때는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삼십 대 젊은 사람들이 너무나 북한에 대해 모르고 무관심합니다. 제가 놀랐던 게 여기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고 지칭하는데 북한 주민들도 그렇게 존칭하지 않습니다. 반면 탈북자들은 ‘새터민’이라며 먹을 걸 찾으러 온 철새들 마냥 대합니다. 탈북자들을 열등하게 취급을 하면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사랑과 동정심을 국민들로부터 멀리 하게끔 언론에서도 얘기하고 정부에서도 그렇게 정책을 써왔습니다. 햇볕정책의 대상은 독재자 김정일이 아니라 피해 받는 북한 주민들인데 그 대상이 완전히 바뀐 것 같습니다.”

박 대표는 4월부터 전단을 봉투 형태로 만들어 100∼150장에 하나 꼴로 1달러 또는 5위안, 10위안짜리 중국 지폐를 넣어 보낸다. 매년 150만∼200만 장의 전단을 보내는 것도 비용 면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미국의 자유주의연대, 디펜스포럼, 미국 교포 성금으로 전단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협박 전화 자주 오지만 개의치 않아”

최근에는 북한의 항의가 계속되면서 도리어 국민 성원이 늘어났다고 한다.

“우리 활동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후원이 갑자기 많아졌습니다. ‘우리 국민성이 대단 하구나,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국민들이 무섭구나’ 하는 것을 요즘 한달 사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반면 3~4일 전부터는 협박 전화도 많아졌습니다. 별로 개의치는 않습니다만.”

그는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며 올해 보낸 전단지 중 0.1%만 북한 주민에게 전달돼도1500~2000명은 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단 살포는 철의 장막 속에 북한 주민을 깨우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면서 앞으로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영상=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yjj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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