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를 어찌할꼬’… 정부, 대책없어 고심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2분


北 “살포땐 행동” - 민간단체 계속 추진

북한 군부가 28일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가 계속될 경우 “(북한) 군대의 단호한 실천 행동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은 이날 “삐라 살포는 남측 당국의 반공화국 심리전 책동을 위한 불순한 기도”라며 “살포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 등에 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지난달 실시된 합동화력시범 훈련을 비난하면서 “(북한의) 선제타격은 그 어떤 조기경보 체계나 요격 체계도 맥을 추지 못하게 할 것이며,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6·15, 10·4 등 남북선언들과 군사적 합의에 대한 남측의 파기 행위가 계속될 경우 중대 결단을 군사력으로 담보해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은 2일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삐라 살포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 사업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위협했다. 16일엔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에서 “남북 관계의 전면 차단을 포함한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27일 군사 실무자 접촉에서도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았다.

민간단체가 보낸 대북 전단은 올해만 1000만 장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8일 “조만간 휴전선 부근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 등을 담은 전단 10만 장을 날려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이 확인된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일(9·9절) 이후 전단에 그에 관한 내용이 담긴 데 대해 북한이 발끈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개성공단 사업 및 개성관광 등과 관련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북한이 실제 ‘도발’을 감행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단 살포는 남북이 상호 비방 선전을 하지 않기로 한 합의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민간의 대북 전단 살포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게다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과 다른 보수적인 대북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로서는 국내 보수층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통일부는 28일 “전단 살포는 자제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 측은 29일 대북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전단 살포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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