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기관 첫 퇴출제 이수화 농진청장 인터뷰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3월 부임후 평가 상위 5% 성과급-하위 5% 재교육

공무원 칸막이 속에서 안주하는 습성 뜯어 고쳐야

“공무원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고 능력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그러나 ‘칸막이’를 붙잡고 그 안에 안주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국민을 위해 칸막이를 뜯어내면 문제의 반은 해결된다고 봅니다.”

이수화(사진) 농촌진흥청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원 조직의 문제점을 이같이 분석했다. ‘칸막이’는 정책 수요자인 국민과 기업을 생각하지 않고 조직이기주의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청장은 3월 부임한 뒤 중앙행정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공무원 퇴출제’를 시행했다. 전체 농진청 공무원의 5% 수준인 105명을 ‘인적쇄신 대상자’로 정해 일종의 정신교육을 받게 했다. 이 가운데 65명은 자진 퇴직했다.

이달에는 조직개편을 실시해 산하기관 9곳을 5곳으로 줄이고 전체 정원도 2141명에서 2042명으로 99명 줄였다. 농진청 정원은 2002년 초 2063명에서 이 청장 취임 전인 올해 초 2146명으로까지 늘어난 바 있다.

조직 개혁의 비결에 대해 그는 “반드시 약속을 지킨 것이 신뢰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임 초에 ‘일을 하지 않는 직원은 특별 관리하고 일을 잘하는 직원에게는 포상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는 ‘그게 될까’라고 믿지 않던 직원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급자와 동료가 평가한 점수를 바탕으로 하위 5%를 추려 재교육을 보내고 반대로 상위 5%에게 주기 위한 성과급 예산을 마련하는 것을 보고 직원들이 조금씩 신뢰를 하더군요.”

초기에는 반발도 심했다. 이 청장은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이 와서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나는 괜찮았지만 개혁에 앞장선 간부들이 동료들로부터 ‘청장 물러나면 두고 보자’는 식의 말을 듣고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청장에 취임한 뒤 조직을 네 바퀴 돌았습니다. 그냥 업무보고를 받은 게 아니고 산하기관별로 실제 1일 연구원이 돼 일반 직원의 눈높이에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사각지대가 보이거든요.”

이 청장은 “업무 평가와 승진, 예산이 따로 가는 공무원 조직이 많다”며 “이걸 다 일원화해야 공무원들이 칸막이를 없애고 일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주요 과제를 맡거나 업무 평가가 좋은 사람을 승진시키고 예산도 그런 과제 위주로 배정했더니 노조에서 활동하며 조직 개편에 반대하던 사람도 나중에는 ‘제게 중요한 과제를 맡겨 주십시오’라며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농진청은 국무총리실 등의 주관으로 6월 실시된 ‘신정부 국정과제 반영 평가’에서도 외교통상부 등을 누르고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제가 처음 왔을 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농진청을 폐지한다고 해 직원들이 풀이 죽어 땅만 보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감이 팽배한 것이 느껴집니다.”

이 청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이렇게 바꾼 조직을 갖고 정책 수요자인 농민들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수화 청장

△1955년 경북 청도 출생 △성균관 대 행정학과 졸업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박사 △농림수산부 식량생산 국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 산림청 차장 △농진청장(현)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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