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하종대]도 넘은 嫌韓, 한중우호 해칠라

  • 입력 2008년 8월 21일 02시 50분


요즘 베이징(北京) 올림픽 경기에 응원을 나가본 한국인이라면 중국인들의 ‘비우호적’ 태도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 선수가 맞붙은 경기에서 중국 관중이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14일 열린 양궁 여자 개인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가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 중국 관중이 휘파람을 불거나 페트병을 두드려 경기를 방해한 것도 ‘비(非)신사적인 행위’이긴 하지만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나라가 맞붙은 경기에서 중국 관중이 일방적으로 다른 나라를 응원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할 말을 잊는다. 중국 관중은 19일 베이징 우커쑹 야구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쿠바전에서 일방적으로 쿠바를 응원했다.

한국과 카메룬, 한국과 이탈리아의 축구 경기에서도 중국인들은 한국 관중이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거나 ‘대∼한민국’이라도 외칠라 싶으면 곧바로 ‘카메룬 자유(加油·힘내라)’ ‘이탈리아 자유’를 외쳐 한국응원단의 함성을 묻어버렸다.

한국인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16일 열린 한일 야구 경기에서다. 중국인들은 경기 도중 일본이 한국에 역전을 당하자 목이 터져라 일본팀을 응원했다. 중국인에게 한국은 일본보다도 더 얄미운 나라가 된 것이다.

이런 모습은 경기장에서만이 아니다. 요즘 중국의 지한파(知韓派) 인사들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은 이런 점이 좋다”고 말하기 두려울 정도라고 한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또는 한국 제품을 찬양했다가는 곧바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하한쭈(哈韓族·한국문화 마니아 집단) 또는 하한파(哈韓派)로 몰리면서 비난이나 욕설을 듣기 일쑤다. 몇 년 전만 해도 하한쭈가 자랑거리였지만 이제는 비난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어쩌다 중국인들에게 침략전쟁과 난징(南京)대학살을 저지른 ‘불공대천(不共戴天)의 나라’ 일본보다 한국이 더 미운 나라가 돼버린 것일까.

주위의 중국인 친구들은 그 기폭제로 2005년 11월 25일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릉 단오제를 많이 꼽는다.

제례와 놀이로 구성된 강릉 단오제는 룽저우(龍舟·배젓기) 경기를 하고 쭝쯔(종子·대나무 잎으로 찹쌀을 싸서 찐 음식)를 먹는 중국의 단오절과는 다르다. 하지만 중국 언론이 “한국이 중국 전통유산을 ‘강탈’하려 한다”고 보도하면서 혐한(嫌韓)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어 백두산 공정 및 한(韓)의학과 한(漢)의학 논쟁, 인쇄술과 혼천의(渾天儀) 등을 둘러싼 원조 논쟁이 겹치면서 상호 불신이 가속화됐다.

특히 최근엔 중국 내에서 ‘한자도, 4대 발명품도 한국인의 발명품’이라는 허위 기사가 난무하면서 혐한 분위기는 더욱 확산됐다. 허위 기사는 중국의 일부 인터넷 사이트가 누리꾼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일부러 조장한 측면이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이웃국가로서 5000년 역사를 함께해 온 나라다. 서로 협력하면 ‘윈윈’ 할 수 있지만 반목하면 서로에게 손해가 될 뿐이다.

중화권 언론들은 25일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최근 껄끄러웠던 한중 관계를 바꿔 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후 주석의 방한이 양국 정부 간 협력 강화뿐 아니라 양국 국민, 특히 양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서로 불신을 씻고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화합하고 협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 주석의 만남에서 이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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