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파악한 盧전대통령측 자료유출 전모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13분


작년 4월 차기 정권 접근 어렵게 기록물法 제정

올해 1월 유령회사 통해 靑에 ‘별도 e지원’ 설치

올해 2월 접속 막은채 자료빼내 봉하마을로 옮겨

‘노무현 청와대’의 재임시절 문서 반출 경위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이고 있는 현 청와대는 문서 반출이 재임시절부터 조직적 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유령회사’까지 내세워 반출작업을 벌일 만큼 불법성에 대해서도 스스로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현 청와대의 시각이다.

▽사전준비 작업=현 청와대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퇴임을 1년 정도 앞둔 시점부터 재임 시 청와대 문서들의 유출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0일 “오래전부터 문서 유출을 준비해왔다는 증거도 있지만 현재로선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지난해 4월 국가기록물관리법의 제정 과정에도 노무현 정부의 ‘의도’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 법 17조는 전 정권 청와대가 비공개로 지정해 국가기록원의 대통령기록관에 넘긴 자료는 국회 재적 3분의 2 동의나 법원의 영장 없이는 15∼30년간 열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가 퇴임을 앞두고 재임 시 잘못을 감추기 위해 모든 기록을 파기할 것을 염려해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도록 하는 데만 급급했을 뿐, 노무현 정부 측이 법안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차기 정권이 자료 접근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독소조항’을 넣은 것을 간과했다는 것.

▽어떻게 복제 및 반출했나=노 전 대통령 측은 재임 시 생산한 각종 국가자료를 기존의 청와대 온라인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과 동일한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내세워 차명계약으로 주문 제작한 뒤 이를 청와대로 무단 반입해 자료를 빼갔다는 것이 청와대 측 조사 결과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올 1월 18일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청와대가 아닌 외부업체 명의로 주문 제작해 차명 구입한 뒤 이 시스템을 1주일 후인 1월 25일 청와대 내 관련시설에 반입해 시스템 관계업체 직원들로 하여금 설치하게 하고, 2월 14∼18일 기록물 반출작업을 했다는 것.

노 전 대통령 측은 기록물 반출과정에서 기존의 e지원 시스템 가동을 중지시켜 다른 사용자의 접속까지 차단한 뒤 작업을 하고, 2월 18일 이후 해당 e지원 시스템을 봉하마을 사저에 무단 설치했다고 청와대는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측은 하드디스크를 이용해 기록물을 통째로 반출해 갔고, 청와대에는 현재 기록물이 얼마 보관돼 있지 않은 새 하드디스크가 남아 있는 상태이며, 원본 하드디스크는 현재 봉하마을에 있다는 것.

노 전 대통령 측은 “원본 하드디스크를 빼가지 않았으며 가져간 자료는 모두 원본이 아닌 사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청와대는 10일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주문 구입한 페이퍼 컴퍼니 이름(D사)과 대표자(허모 씨)까지 공개하고 “반출작업을 한 인물과 비용을 지불한 인물까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봉하마을에 운영 중인 e지원과 유출 자료, 남긴 자료=청와대는 사설업체로부터 e지원이 봉하마을에서 가동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e지원 시스템을 제작한 민간업체 측이 봉하마을 사저에 별도의 시스템을 설치하는 작업까지 해주었다는 것.

청와대의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측이 2월 18일부터 원본 e지원 시스템을 봉하마을 사저에 무단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청와대’가 작년 5월 11일 작성한 ‘기록이관, 인계, 퇴임 후 활용 준비 현황보고’라는 문건에 따르면 재임 5년 및 인수위 등 취임 전 기간의 전체 기록물 240만 건을 퇴임 후 활용토록 했으며, 국가기록원에 넘긴 자료는 204만 건, 새 정부에 넘겨준 자료는 1만6000건에 불과하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청와대 자료 중 상당 부분을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고, 봉하마을로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청와대 측 주장이다.

청와대는 특히 노 전 대통령 측이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간 200여만 건의 문건 가운데는 수만 명에 관한 정보가 담긴 인사파일은 물론이고 북한 관련 정보, 국방 기밀 사항, 외교 관련 등 중요 국가기밀들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비공개로 분류해버린 40만 건에 대해서는 현 청와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가기록원에 넘긴 자료 중 40만 건은 최장 30년 동안 열람이 불가능한 지정기록물로 묶어 놓았기 때문.

청와대는 또한 봉하마을 시스템이 외부인에 의해 해킹되면서 자료가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기관 컴퓨터망도 해커들에 의해 뚫리는 현실이며, 특히 이런 사실이 국제적으로 알려진 이상 다른 국가 정보기관들의 접근 가능성도 있어 주요 자료가 북한 중국 등으로 넘어가지 말란 법이 없다는 얘기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