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美관보 오역 실무적 실수… 유감”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미국산 쇠고기 특별점검단 출국손찬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축산물 검사부장(앞줄 왼쪽)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특별점검단 일행 9명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인천=연합뉴스
미국산 쇠고기 특별점검단 출국
손찬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축산물 검사부장(앞줄 왼쪽)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특별점검단 일행 9명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인천=연합뉴스
농식품부 ‘美 동물사료 완화’를 ‘강화’로 잘못 해석

李대변인 “본질과 무관”… 民辯선 “국정조사 필요”

청와대가 12일 미국 연방 관보(官報)에 실린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와 관련해 농림수산식품부의 ‘번역 착오’를 인정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농식품부의 오역(誤譯) 사실을 인정하면서 “실무적 실수로 국민께 불필요한 오해와 심려를 끼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관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 미국 공포 내용 제대로 모르고 설명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18일 한미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에 합의했다.

합의에 따르면 한국은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는 즉각 수입하고 미국이 ‘강화된 동물 사료 조치’를 공포하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하기로 했다. 한국은 이 내용의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을 지난달 22일 관보를 통해 고시(告示)했다.

정부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25일 ‘강화된 동물 사료 조치’를 연방 관보에 게재해 공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공포사실을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논란이 된 것은 미국의 강화된 사료 금지 조치의 내용이다. 미국은 관보에서 “도축검사를 받지 않아 식용으로 쓸 수 없는 소는 동물사료로 금지된다. 다만 30개월 미만 소나 뇌와 척수를 제거한 소는 여기서 제외된다(The use of the entire carcass of cattle not inspected and passed for human consumption is prohibited unless:(1)The cattle are less than 30 months of age, or (2)the brains and spinal cords were effectively removed or effectively excluded from animal feed use)”고 발표했다. 즉 30개월 미만의 소는 도축검사를 받지 않아도 사료로 사용할 수 있고 30개월 이상 소는 뇌와 척수를 제거하면 사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달 2일 보도자료에서 미국 조치를 설명하면서 “30개월 이상 소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있을 수 있는 뇌와 척수를 제거하고 30개월 미만 소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는 돼지 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광우병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즉 30개월 미만 소 가운데 도축검사를 통과한 소만 사료로 쓰일 수 있다고 잘못 설명한 것이다.

○ 정부 “오역은 실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11일 “정부는 미국이 30개월 미만의 소라도 도축검사에 불합격하면 사료용으로 쓰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지만 미국 관보를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 해소를 위해 국회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이날 “미국 관보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채 설명했으며 이는 영문 해석상 오류에 따른 것”이라며 “하지만 30개월 이하 소의 뇌와 척수는 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있는 SRM이 아니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해명다. 청와대도 12일 농식품부가 동물성 사료 금지 ‘완화’를 ‘강화’로 잘못 해석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협상의 내용이나 본질과 관련없는 실무적 실수였다”고 오역을 시인했다.

정부는 ‘실수에 따른 오역’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본질적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정부가 동물사료 금지 조치가 강화됐기 때문에 사료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괴담(怪談)이라고 우기더니 결국 괴담 진원지는 협상대표단임이 드러났다”면서 재협상을 요구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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