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유언비어, 그럴듯한 논리로 ‘불신의 틈새’ 파고들어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광우병 괴담’ 등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 유포는 시민의 불안심리와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한 의도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부와 전문가 집단이 진실을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는 대중의 불안감이 형성될 때 누군가 근거는 없지만 그럴듯한 설명을 퍼뜨리면 크게 동요한다는 것.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유언비어가 확산되는 이유는 정책 결정 과정이 국민에게 공감대를 얻지 못했거나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괴담 유포자들은 인터넷의 특성을 살려 순식간에 괴담을 확산시켜 효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괴담은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대중에게 ‘뭔가 믿고 싶은 것이 필요하다’는 심리를 자극해 더 빠르게 퍼져나간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과 교수는 “사람은 불안하면 이유와 설명을 원하는데 절박한 심정에선 그 설명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긁어 주는 말을 듣게 되면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논리에 동조하는 대중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자신이 ‘오피니언 리더’가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일단은 생각나는 대로 써서 인터넷에 올려 보고, 조회수와 댓글을 통해 바로 반응을 체크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많은 청소년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촛불시위 놀이에 간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시위가 가져올 파장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괴담이 판치는 상황에서 잘못 나섰다가 집단적인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침묵하게 되고 괴담의 악순환이 증폭되는 만큼 정부와 전문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괴담이 유행하는 것은 정부는 권위와 신뢰를 잃었고 국민은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막무가내로 ‘믿어 달라’고 애원하며 괴담에 끌려 다니기보다는 분명한 일처리로 국민에게서 권위와 신뢰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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