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득표율 대부분 黨득표율 웃돌아… ‘사표방지 심리’

  • 입력 2008년 5월 3일 03시 07분


후보-정당 득표율 격차 GIS 분석

총선 때 유권자들은 지역구 후보를 뽑고 비례대표 선출을 위해 정당에도 투표를 한다.

동아일보는 유권자들이 후보와 정당 두 가지 투표지에 투표할 때 서로 어떤 연관관계를 갖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 245개 선거구별로 당선자 후보 득표율과 소속 정당 득표율의 격차를 분석했다. 25명의 무소속 당선자의 경우 소속 정당이 없기 때문에 분석에서 제외했다.

분석 결과 당선자의 후보 득표율이 소속 정당의 득표율보다 낮은 선거구는 220곳 중 21곳뿐이었다. 즉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할 때는 1위 후보에게 표가 집중됐지만 정당을 찍을 때는 다른 정당을 찍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윤종빈 교수는 “후보를 선택할 때 정당에 투표할 때보다 표의 집중 현상이 더 나타나며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한 것이 드러났다”며 “양자구도나 삼자구도가 선명히 부각되면서 후보에게 투표할 때는 군소정당 후보가 받을 표들이 약화되고 정당 투표에서는 군소정당 표가 살아난다”고 분석했다.

▽유권자 공감대 형성돼 지역내 정당 득표율 유사=전국 같은 시도 내에서는 선거구별로 각 정당의 득표율은 비슷했지만 후보 득표율은 같은 시도 내 같은 정당 소속이라도 차가 컸다. 정당의 경우 지역별로 유권자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후보의 경우 인물에 따라 선거구마다 천차만별이었던 것.

18대 총선에서 수도권의 한나라당 정당 득표율의 범위는 33.9∼54%였지만 후보 득표율 범위는 28.1∼75%로 그 폭이 훨씬 컸다. 수도권에서 통합민주당도 후보 득표율의 범위가 5.8∼56%로 정당 득표율의 범위인 15.4∼34.4%에 비해 범위가 훨씬 컸다.

충청권도 한나라당 정당 득표율의 범위는 21.5∼42.8%였지만 후보 득표율의 범위는 16.8∼53.2%로 컸고, 민주당도 충청권에서 후보 득표율의 범위는 5.4∼51.7%로 6.6∼28.8%인 정당 득표율보다 훨씬 넓었다.

후보 득표의 경우 구도가 양자구도냐, 삼자구도냐에 따라 1위 당선자의 득표율 정도가 다를 수 있고, 각 후보의 개인 경쟁력에 따라 득표율 차가 크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가장 격차가 큰 대구 북을의 경우 당선자인 한나라당 서상기 후보는 86.3%를 얻었지만 한나라당 정당 득표율은 44.7%에 그쳤다. 이 지역은 출마한 후보가 서 후보와 평화통일가정당 후보 두 명밖에 없었다.

같은 대구 중남의 경우 한나라당 정당 득표율은 47.9%로 북을과 큰 격차가 없었지만 후보 득표율에서 당선자인 한나라당 배영식 후보의 득표율은 48.1%였다. 이 지역은 현역 의원인 자유선진당 곽성문 후보와 구청장 출신의 무소속 이재용 후보로 3파전이 이뤄져 표가 갈렸다.

후보 득표율과 정당 득표율의 격차가 37.2%포인트로 서울에서 가장 큰 은평을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52%로 당선됐지만 정당 득표율은 14.8%에 그쳤다.

서울 서초갑과 서초을도 정당 득표율은 각각 49.9%, 48%로 비슷했지만 후보 득표율은 75%, 60.3%로 격차가 컸다.

▽영남 후보 득표 높고, 호남 정당 득표 높고=전국에서 당선자의 후보 득표율이 정당 득표율보다 높은 상위 10군데 중 8군데가 영남이었다.

영남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친박근혜계 후보들이 당선된 지역에서 후보 득표율과 정당 득표율의 격차가 상당히 컸다. 이들 지역은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높은 득표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반면 영남지역에서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 후보가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친박연대는 20∼30%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

후보 득표율과 정당 득표율의 격차는 대구 달성(39%포인트), 동을(37.4%포인트), 동갑(31.6%포인트) 등 한나라당 친박 후보자가 출마한 지역이 컸다. 전국에서 정당 득표율이 후보 득표율보다 높은 선거구 상위 10군데 가운데 8군데는 호남 지역이었다.

이는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 정당 득표율이 높지만, 후보 득표율은 무소속 후보 등과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광주 광산갑은 후보 득표율은 50.4%였지만 민주당의 득표율은 66.5%로 정당 득표율이 16.1%포인트 더 높아 전국에서 정당 득표율이 후보 득표율보다 가장 높은 선거구였다.

▽군소정당, 지역 후보 출마해야 정당 득표 높아져=자유선진당은 이번 18대 총선에서 전체 245개 시군구 중 150명의 지역구 후보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당선 가능성이 작더라도 지역구 후보가 많아져야 해당 지역의 정당 득표율이 높아져 비례대표 당선자가 많아진다는 것.

실제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해당 지역 출마자가 있을수록, 그리고 그 출마자의 경쟁력이 높을수록 정당 득표율도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에서 선진당의 평균 정당 득표율은 4.8%였다. 그러나 중구의 선진당 정당 득표율은 9%로 서울에서 제일 높았다. 중구는 신은경 전 KBS 앵커가 선진당으로 출마해 20.6%를 얻어 서울에서 선진당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은 기록한 지역. 선진당에서 서울에 출마한 후보는 17명이었는데 서울에서 선진당 정당 득표율이 가장 높은 10곳 중 8곳은 선진당이 후보를 낸 지역구였다.

서울에서 11명의 후보를 낸 친박연대도 친박연대 후보 득표율이 17.3%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던 지역구인 노원갑에서 정당 득표율도 14%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경기 지역에서도 선진당과 친박연대 모두 후보 득표율이 가장 높은 곳과 정당 득표율이 가장 높은 곳이 각각 안성과 이천-여주로 일치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무소속 당선자 지역 정당득표율 시도 평균과 비슷

‘친박 무소속’ 당선된 곳은 지역따라 차이

17대 2명이었던 무소속 후보 당선자는 18대 총선 때 25명으로 급증했다. 무소속 당선자 지역의 정당 득표율은 어떻게 나누어졌는지 분석했다.

무소속 당선자들의 정당 득표율은 주변 지역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

강원 무소속 당선자 지역의 정당 득표율은 한나라당 40%대, 친박연대 15% 안팎, 민주당 10%대로 강원 평균과 비슷했고, 호남 무소속 당선자 6명 지역구의 정당 득표율도 민주당 60%대, 한나라당 5∼10%로 득표율은 호남 전체 정당 득표율 배분과 비슷했다.

친박 무소속 당선자 12명 지역구의 정당 득표율을 보면 한나라당의 득표율은 40%대로 비슷했지만 친박연대의 득표율은 해당 지역의 친박 열풍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났다.

수도권에서 당선된 친박 무소속 당선자 2명 지역의 친박연대 정당 득표율은 각각 13.9%, 14.2%로 10%대였다. 부산·경남 지역 친박 무소속 당선자 5명 지역의 친박연대 정당 득표율은 각각 19.7∼25.5%로 20%대 초반 수준이었고, 대구·경북 지역의 친박 무소속 당선자 5명의 친박연대 정당 득표율은 21.8∼35.3%로 30% 안팎이었다.

친박 열풍이 대구·경북에서 부산·경남이나 수도권보다 셌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대구·경북 친박 무소속 후보 당선자들이 상대적으로 수도권 친박 무소속 후보 당선자보다 선거 환경이 더 좋았음을 의미한다.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순수 무소속 당선자인 김광림(경북 안동) 후보 지역도 친박연대 정당 득표율이 24.3%를 기록해 여타 친박 무소속 당선자 지역과 비슷했다.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한나라 득표율 ‘이명박 대선 성적’보다 저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과반인 153석을 얻었지만 정당 득표율에서는 4개월 전 17대 대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48개 시군구(18대 기준)별로 17대 대선과 18대 총선 정당 득표율을 비교한 결과 94.4%인 234개 시군구에서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의 득표율이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보다 낮았다.

18대 총선의 분석 대상은 후보 득표율을 사용하지 않고 지역구 후보 변수가 적은 정당 득표율을 사용했다.

그만큼 4개월 만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가 전국적으로 반영됐다는 게 자문교수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민주당도 17대 대선보다 18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이 오른 시군구는 90개에 그쳤고 자유선진당도 대선 때 이회창 총재가 얻었던 득표율보다 오른 지역이 20곳밖에 없어 이들 정당에 대한 지지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한나라당 하락 민주당 상승=수도권 79개 시군구 중 한나라당은 단 한 곳도 17대 대선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지 못했다.

서울 25개 구 모두에서 한나라당은 대선 때보다 득표율이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특히 강남(15.3%포인트 하락), 서초(15.1%포인트 하락), 송파(14.8%포인트 하락) 등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 지역의 하락 폭이 컸다.

반면에 서울에서 민주당은 은평구를 제외한 24개 구에서 대선에 비해 득표율이 올랐다. 경기지역 44개 시군구도 한나라당은 단 한 곳에서도 대선 때에 비해 득표율이 높지 못했고, 민주당은 8곳을 제외한 32곳에서 득표율이 올랐다.

민주당 지도부로 종로와 동작에 출마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득표율이 대선 때 이 지역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보다 각각 7.1%포인트, 7%포인트가 올라 서울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경기 지역에서는 최대 접전지역으로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를 물리치고 민주당 김진표 후보가 당선된 수원 영통에서 민주당 득표율이 17대 대선에 비해 7.1%포인트가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충남·대전 17곳서 선진당 득표율 올라=충남과 대전에서는 자유선진당의 전진이 돋보였다. 이회창 총재가 대선 때 충청에서 전국 평균 득표율인 15.1%에 비해 훨씬 높은 득표율을 보였지만 이번 총선에서 이 총재가 주도적으로 창당한 선진당은 충남·대전에서 대선 때보다도 더 높은 득표율을 나타냈다.

선진당은 대전·충남 21개 시군구 중 17곳에서 17대 대선 당시 이 총재가 얻은 득표율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충청지역에서 총선 때 한나라당 득표율이 대선 때보다 오른 지역은 이 총재의 지역구인 예산, 홍성 등 두 곳뿐이었다. 민주당은 충남·대전에서 예외 없이 대선 때보다 득표율이 더 떨어졌다.

▽영호남 텃밭 정당 하락 커=한나라당이 17대 대선에 비해 총선 때 득표율이 하락한 폭이 가장 큰 전국 상위 20곳 중 19곳이 대구·경북 지역이었다. 민주당이 17대 대선에 비해 총선 때 득표율 하락 폭이 가장 큰 상위 20곳 중 19곳이 호남이었다.

전국에서 대선에 비해 총선에서 한나라당 하락 폭(26.1%포인트)이 가장 큰 경북 구미는 친박연대가 35.8%를 얻었다. 전국에서 민주당 하락 폭이 가장 큰 전북 순창의 경우 29.2%포인트가 떨어졌는데 민주노동당이 8.1%, 평화통일가정당이 8.1%, 기독당이 5.5%를 기록하며 표를 나눠 가져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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