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반짝 정당’ 총선후엔 ‘우수수’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올 40개 난립 예상… 16대 3개-17대 11개 말소

학계 “정책도 없이 계파 살아남기용 창당 많아”

2000년 3월 14일 16대 총선을 불과 한 달 남겨놓은 시점에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은 민주국민당(민국당)을 창당했다.

김윤환, 신상우, 이기택 씨 등 당시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졌던 내로라하는 원로 및 중진들이 결집했지만 민국당은 16대 총선에서 지역구 1석, 비례대표 1석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얻었다. 총선 이후 민국당은 사실상 ‘페이퍼 정당’으로 남았고, 2004년 17대 총선 직후 정당법에 따라 등록이 자동으로 말소됐다.

4년마다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상 존재 가치가 없는 정당을 정리하느라 일손이 바빠진다.

중앙선관위는 정당법 44조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해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2% 이상을 얻지 못했거나 △4년 동안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의 등록을 말소한다. 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해 ‘페이퍼 정당’을 정리하는 것이다.

2004년 17대 총선 직후인 4월 20일에도 민국당을 포함해 청년진보당, 민주공화당, 노년권익보호당, 민주광명당, 한민족통일연합, 녹색사민당, 가자희망2080, 한국기독당 등 11개 정당의 등록이 말소됐다.

이 가운데 녹색사민당과 가자희망2080, 한국기독당은 선거를 불과 한 달 남겨놓은 2004년 3월 만들어진 전형적인 선거용 정당이었다. 16대 총선 직후인 2000년 4월 14일에도 이 같은 이유로 공화당, 청년진보당, 민주노동당 등 3개 정당의 등록이 말소됐다.

이처럼 선거 때만 되면 ‘반짝 활동’을 하고 사라지는 정당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인하대 김용호 교수는 “이념이나 원칙에 따라 정당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정당을 단순히 권력을 얻는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름 자체가 낯선 정당도 적지 않다. 이번 18대 총선을 앞두고도 천국의 황제당, 새마을당, 문화예술당, 경제통일당, 국민실향안보당 등 많은 정당이 새로 출범했거나 창당을 준비 중이다.

선관위는 최근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서를 낸 18곳이 실제로 창당을 한다면 총선 때는 40개가 넘는 정당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했다.

창당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기존 정당을 접수해 당명과 정체성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변칙적 방식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치 증권 시장의 ‘우회 상장’과 비슷한 방법이다. ‘친박연대’ 역시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던 ‘참주인연합’을 ‘미래한국당’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개명하는 것이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정당의 원칙과 이념, 정책을 무시한 채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거나 그 계파들이 살아남기 위해 정당을 만드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제도적으로 견고하지 못한 한국 정당정치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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