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용구조 낱낱이 점검” 공익 앞세운 방만운용에 쐐기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연기금도 사업비-경비 10% 줄인다

인건비 부풀리기 - 운용비 과다계상 일쑤

학계 “유사성격 기금 통폐합 작업 병행을”

일부 기금 “필수 지출액 못줄여” 반발도

옛 산업자원부는 전력사업기반기금을 관리하는 인력이 원래 55명인데 130명으로 늘려 보고해 인건비를 70억 원이나 부풀린 전력이 있다. 옛 건설교통부도 국민주택기금 운용 수수료 산정 방식을 바꾸면서 원가를 잘못 산정해 기금 운용비로 474억 원을 과다 계상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처럼 업무가 상당히 중복되는 데도 통폐합은커녕 기금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방송발전기금의 광고단체연합회 지원사업의 경우 2006년 기준 총사업비의 86%를 임직원 인건비로 쓴 것으로 드러나 비용 관리를 적절하게 했는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 때문에 기금의 경영이 다소 방만해도 용인돼 온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 기금은 준조세로 민간에 부담

2002년까지만 해도 기금운용계획은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각 부처가 수립 집행했다. 그야말로 ‘눈먼 돈’이었던 것. 당연히 ‘각종 준조세성 부담금이 너무 커져 민간을 짓누른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에 따라 2003년 당시 기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해 기금도 정부 예산처럼 국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지만 회계연도 중 사업비 규모를 20% 한도에서 자율적으로 늘릴 수 있는 규정은 남았다. 여전히 재원을 자의적 판단에 따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남은 것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전체 기금의 비용 구조를 낱낱이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기금과 소관 부처들은 사상 초유의 비용 절감 지시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금 등도 구조조정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반드시 써야 할 지출까지 줄일 순 없다”고 반발하는 것이다. 대부분 “힘 있는 재정부가 줄이라니까 일단 감축계획을 내겠지만 많이 줄일 수는 없다”는 분위기여서 새 정부가 기금 구조조정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 일부 기금, 반발 움직임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사업비가 6조 원이 넘지만 연금 지급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 집행비용이란 이유로 감축할 부분이 별로 없다는 반응이다. 그 대신 회관 신축 비용에서 일부만 감축하기로 했다. 또 기금운영비도 4532억 원이나 되지만 대부분 부담금 징수비용이나 시설유지비 등 지출이 불가피한 경비라는 이유로 절감할 수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런 방식으로 비용 감축분을 계산한 결과 국민연금은 “65억5000만 원만을 줄일 수 있다”고 재정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도 절감 대상 비용이 전체 사업비 및 경비의 1% 수준인 총 580억 원 정도밖에 안 된다며 58억 원 정도만 줄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금들은 비용 절감에 적극적인 편이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올해와 내년에 합해서 527억 원을 줄일 예정이다. 일단 올해 인쇄비, 출장비, 회의진행비 등에서 6억6000만 원을 줄이고 도시관광활성화 지원금에서 10억 원을 줄이기로 했다.

국민체육진흥기금도 전체 기금 규모(3630억 원)의 10%인 363억 원을 줄인다. 올해 감축예정금액만 268억 원에 이른다.

○ ‘눈먼 돈’ 의식부터 없애야

전문가들은 기금 운영과 관련해 ‘어차피 써야 할 눈먼 돈’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산관리를 제대로 하는지에 대한 정밀한 평가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아 효율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비용 절감뿐 아니라 유사한 성격의 기금을 통폐합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환경과 관련해 한강수계기금, 낙동강수계기금 등 강별로 기금이 운영되는데 효율성 차원에서 합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기금 평가 틀을 고도화한 뒤 기금 실적에 따라 차기 기금 배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egman@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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