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오일쇼크 이후 최대”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위기 정치적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

李대통령 “아직도 야당같은 환경서 일해… 靑컴퓨터 작동 열흘 걸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이 즈음에서 정치적 안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시절에는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정철학 공유 확산을 위한 장차관 워크숍’에서 “지난 10년간 국제환경이 좋았던 시절이 있었으나, 새 정부가 시작하면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오르는 등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금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다. 10년간 (국제적인 경제 환경이) 좋았으면 한 번 위기가 온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과거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으며, 위기 극복의 가장 큰 밑바탕이 된 것은 국민적 단결이었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치가 시대에 맞는 법을 앞질러 만들어주고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위기가 예상되는 초기 단계에 국민에게, 기업에 ‘이렇게 해달라’ 하기 전에 먼저 공직자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 반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앞서 15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여러 분야에서 원만한 협조와 원활한 조직 가동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새 정권은 지난달 25일 시작했지만 아직도 야당과 같은 환경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취임식 날인) 지난달 25일 저녁 청와대에 들어갔는데 컴퓨터가 작동되지 않았다. 다시 작동하는 데에도 열흘이 걸렸고, 열흘이 지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일부 장관(급)의 인사청문회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코드 기관장’들이 임기를 내세워 사퇴를 거부하는 등 정권교체 작업이 원활하지 못한 점에 비춰 안정 과반수 의석 획득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여권 내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통합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선진국에 가기 위해 정치 안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뜬금없이 한 것은 총선을 앞둔 선거 개입 발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이 대통령이 선거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사건 많은 화성, 경찰서 없어… 신뢰 받겠나

기업 저승사자 금융위-공정위 완전히 변해야”

■ 李대통령 연일 공직사회 질타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질책했다. 10일부터 시작된 각 부처 업무보고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공무원의 잘못된 관행과 자세를 지적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선진일류국가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결국 부패지수를 낮추는 것”이라며 “공직자 비리에 대한 처벌 규정이 너무 낮다. 처벌 기준을 강화해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경찰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과 관련해 경찰이 해야 할 일이 막중하다. 선진국일수록 경찰을 신뢰하고 사랑하는데 아직 (우리는)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면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경기 화성시를 거론했다.

“화성에 가 보니 사고가 많은데 경찰서가 없다. 주민에게 물었더니 십수 년간 요청했다고 한다. 취임한 뒤 알아봤더니 ‘지금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가.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없고 신뢰를 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수배를 당한 경험을 소개하며 “당시 경찰청 정보과 형사가 자수하면 불구속된다고 해서 자수를 했는데 ‘5년 구속’을 받았고, 그 형사는 특진을 했다”며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지만 (그런 것이) 쌓여서 (경찰이) 신뢰를 못 받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양건 신임 국민권익위원장과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동원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 장차관급 인사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금융위와 공정위는 사고를 많이 바꿔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공정위를 가리키며 “(규제를) 많이 풀어서…(물론 규제를) 푼다고 하면 재벌회사 중심이라고 (비판)할지 모르겠는데 기업 모두가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에 대해서는 “이번에 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 인사들이 (금융위에) 들어간 것은 의미가 있으니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와 공정위가 각각 금융회사와 대기업 집단(그룹)에 ‘저승사자’로 불리며 각종 규제의 칼을 휘두르는 것을 고치지 않으면 경제 살리기도 요원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관치 경제’의 핵심 부처가 바뀌지 않으면 기업의 투자 활성화나 모건스탠리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 조성을 위한 환경을 만들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은 ‘관치 금융의 잔상이 떠오른다’며 금융기관 대신 금융회사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