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2>김완주 전북지사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새만금 찾아간 이명박 후보이명박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9월 17일 김완주 전북지사(오른쪽)와 함께 전북 군산시 신시도 전망대에 올라 새만금을 둘러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새만금 찾아간 이명박 후보
이명박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9월 17일 김완주 전북지사(오른쪽)와 함께 전북 군산시 신시도 전망대에 올라 새만금을 둘러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새만금 사업, 속도에 성패 달려… 10년정도 앞당겨야”

《김완주 전북지사는 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새만금 사업에 대해 가장 이해가 깊을 것이라고 본다”며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사업 완료 시점이 10년 정도 앞당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는 치명타”라며 “최소한 지방의 성장동력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취재 : 박영철 기자

대담=김상영 편집국 부국장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호남 지역은 10년의 집권당 시대를 끝내고 다시 야당 지역으로 돌아갔다.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과거에 비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는데….

“야당 지역이 됐다고 불리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걱정하지는 않는다. 전북은 노무현 정부 때도 혜택을 받은 것이 거의 없다. 숙원사업인 새만금 사업만 해도 진척되지 않은 채 진통만 많았다. 이러한 불만 때문에 지난해 5·31지방선거 때 무소속 시장 군수가 5명이나 당선됐다.”

―10년간 여당 지역이었어도 전북 발전에 도움을 못 받았다는 뜻인가.

“전북에는 ‘3% 경제’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다. 전북의 인구는 1960년대 250만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8%에서 2006년 말 188만 명, 3.8% 선으로 줄었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17조8538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2%에 불과하다. 1인당 GRDP도 1만5328달러로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숙원사업인 새만금 사업은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있는데….

“이 대통령께서 대선 후보 시절 함께 헬기를 타고 새만금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새만금은 이명박을 기다렸다’고 말하셨다.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이 이처럼 17년간 지지부진했다면 어떻게 됐겠느냐는 말씀도 하셨다. 아마 역대 대통령 중 새만금 사업에 대해 가장 이해가 깊을 것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은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두바이를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상상력’과 ‘무규제’였다. 똑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완전 백지상태인 새만금에 무엇을 채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새만금에는 1억2000만 평의 광활한 토지가 새로 생긴다. 사적 소유가 없어 저렴하고 민원이 없으며 최장 100년간 임대가 가능하다.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큰 시장이 있다. 대통령께서도 나름대로 복안이 있을 것이다.”

―외국 유치 협의는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아직 공유수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기업과 투자컨설팅 회사들이 잇따라 새만금 현장을 방문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실무경제단 13명이 방한해 한국의 투자처를 물색하던 중 새만금을 찾아 군산시와 상호교류 및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투자계획에 대한 언급은 아직 시기상조다.”

―새만금 사업 가운데 관광 부문은 인접한 전남의 J프로젝트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다.

“관광이라고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관광의 내용이 중요하다. 현재 관광사업에 대해 국제 공모전을 통해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다. 디즈니랜드나 대규모 카지노, 해양리조트 등 다양한 제의가 들어오고 있고 정부와 협의해 구체화할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새만금과 J프로젝트의 관광을 특성화시켜야 한다.”

―전북지역은 청년실업률이 1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도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무엇보다도 지역에 기업이 많아야 한다. 작년에는 기업 유치에 꽤 성과를 거둬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 19곳을 유치했다. 사실 이런 성과는 수도권 규제 덕분이다. 따라서 비수도권 지역의 시도지사들은 ‘새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시대에 수도권의 발목을 계속 잡으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외 자본 유치가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데….

“국가 전체를 고려해야 하는 중앙정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지방의 성장동력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지방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줘야 한다. 아무 대책 없이 수도권 규제만 완화되면 현재 지역에 있는 기업마저 수도권으로 떠날 것이다.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치명타다. 국가 경쟁력과 지방경제 모두를 조화시키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도내 인구 감소 추세를 되돌릴 묘안은 없는가.

“산업화 과정에서 이농과 도시집중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전북은 유난히 심한 편이다. 특히 교육 때문에 수도권으로 떠나는 인구가 적지 않다. 수도권에 유명 대학이 몰려 있고 최근에는 특목고까지 수도권에 집중돼 상황을 악화시켰다. 교육과 취직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난 젊은이들은 다시는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교육과 취업이 핵심이다.”

―전북에도 국립대 등 적지 않은 대학이 있는데….

“지방대의 경쟁력은 다른 요소와 상관없이 서울과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기업이 지방대 졸업생을 채용하길 꺼린다. 취직도 못하는 대학에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 좋은 고등학교도 필요하다. 최근 유치한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직원들이 아이들 교육 때문에 혼자만 부임한다고 들었다. 평준화 이후 지방의 고등학교는 거의 경쟁력을 잃었다. 최근 전주의 자립형 사립고에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이 몰리는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는 오히려 지방에 더 필요하다.”

―인구가 줄고 있는데 지방공무원은 오히려 늘었다는 비판이 있다.

“인정한다. 다만 중앙정부에서 분권화를 추진한다고 해서 중앙정부 업무가 넘어오면 기능을 통합해서 군살 빼기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말로만 분권화를 외치면서 정작 중요한 업무는 넘기지 않고 있다. 전주시장 시절 반발이 있었지만 공무원 수를 줄인 적이 있다. 정치적 부담이 있더라도 지방정부 혁신에도 나설 계획이다.”

―작년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식품 클러스터로 지정이 됐는데 어떻게 구체화해 나갈 것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한국 농업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식품 클러스터는 그 대안 중 하나다. 고창 복분자, 순창 고추장처럼 지역 특성이 살아있는 식품 개발, 쌀겨에서 치매약 추출 등 건강 관련 식품 개발, 외국 농산물을 수입해 가공해서 다시 수출하는 방안 등을 모색 중이다.”

―중앙정부에 꼭 건의하고 싶은 것은….

“새만금 사업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 사업 완료 시점을 2030년에서 10년 정도 앞당겨야 한다. 정부가 3대 국정과제에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과 함께 새만금 사업을 포함시켰지만 내부 개발 로드맵까지 빨리 확정해 명실상부한 국책 사업임을 상기시켜 줘야 한다. 하나만 건의하겠다. 대통령 직속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정리=이병기 기자 eye@donga.com

○ 김완주 지사는

△전북 전주 출생(62)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졸업 △행정고등고시 합격(14회) △전북 고창군수 △전북 남원시장 △전북 전주시장(1998∼2006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2003∼2004년) △전북지사(2006년∼현재)

▼“혁신도시-농진청 이전, 전북 생사가 달린 문제”▼

김완주 전북지사는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 이전을 새 정부도 약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전해 오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도시 조성을 전북의 생사가 달린 문제라고까지 표현했다.

김 지사가 혁신도시 조성 문제를 특별히 언급한 이유는 전북으로 이전하게 돼 있는 한국토지공사와 농촌진흥청이 새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돼 있기 때문. 농촌진흥청은 정부 출연기관으로의 전환, 토지공사는 대한주택공사(경남 이전 예정)와의 통합 설(說)이 나오고 있다.

전북 혁신도시에는 토지공사, 농촌진흥청을 포함해 대한지적공사, 전기안전공사 등 14개 정부기관이 2012년까지 이전하도록 돼 있다. 전북도는 농촌진흥청과 산하 연구기관의 연구 기능을 살려 혁신도시의 슬로건을 ‘전통과 첨단을 잇는 생명산업의 메카’로 정했다. 전주시 만성동과 완주군 이서면 일대에 조성되는 혁신도시는 현재 보상절차(73% 진척)가 진행 중이다.

김 지사는 “농촌진흥청은 여야 합의로 출연기관 전환이 일단 유예된 상태로 없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권으로부터 들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토공과 주공의 합병과 관련해서는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합병이 된다 해도 합병기관은 전북으로 와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전주=이병기 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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