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손문영 전무 李당선인과 ‘23년 인연’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페낭대교… 성수대교… 청계천… 대운하…

1985년 8월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앞.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은 “고생이 많다”며 서른세 살 젊은 과장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과장은 페낭대교 공사 중 가장 어려운 사장교 구간의 현장 책임자였다. 그가 이번에 5대 건설사 한반도 대운하 공동 TF팀장을 맡은 현대건설 손문영(56·사진) 전무다.

건설업계에서 손 전무와 이 당선인의 오랜 인연이 화제다. 이 당선인이 현대건설 사장과 회장, 서울시장 등을 거치며 다룬 역점 사업을 모두 손 전무가 맡았기 때문이다. 손 전무는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까지 맡을 것으로 보인다.

페낭대교를 완공한 지 5년 뒤인 1990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북방사업’에 나섰다. 현대의 첫 북방사업은 시베리아 벌목 사업이었고, 당시 실무 사령탑은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회장이었다. 손 전무는 1990년 6월 정 회장과 이 회장을 수행해 시베리아 연해주로 날아갔고 현장 소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현장 소장이 부장은 돼야 한다고 판단해 손 차장을 부장으로 특진시켰다.

1991년 소련 측이 현장 소장은 소련인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사업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손 전무는 “실무진이 옥신각신할 때 당시 이 회장이 ‘현장 소장 자리를 줄 테니 자금 조달도 함께 맡으라’고 하자 소련 측이 두 손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손 전무와 이 회장의 인연은 1994년 무너진 성수대교로 이어진다. 다리의 복원을 맡은 현대건설은 회사 내 최고의 교량 전문가로 당시 손 부장을 지목했다. 그는 복구공사 현장을 총괄하는 공사부장을 맡았고 완공 후 회사 표창도 받았다. 말레이시아 페낭에서의 인연이 성수대교로 이어진 것.

성수대교 복구 후 손 전무는 청계고가도로 보수공사를 맡았다. 이어 2003년 5월 현대건설이 청계천 복원 공사를 따냈을 때도 현장 소장은 손 전무의 몫.

한반도 대운하는 손 전무와 이 당선인의 20년 인연을 더 늘려 줄 것으로 보인다.

손 전무는 20년 동안 지켜본 이 당선인에 대해 “‘불도저’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이 당선인은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매우 정밀하고 꼼꼼하다”고 평가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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