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새정부에 대한 기대 반영”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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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美국무 대신한 네그로폰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특사인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왼쪽)이 22일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무부를 방문해 존 네그로폰테 부장관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특사단 일행인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워싱턴=국회사진기자단
라이스 美국무 대신한 네그로폰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특사인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왼쪽)이 22일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무부를 방문해 존 네그로폰테 부장관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특사단 일행인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워싱턴=국회사진기자단
■ 정몽준 특사, 부시 美대통령 면담

美대통령-부통령 모두 만나는건 이례적

예상보다 긴 20분 대화… 형식보다 실속

한미정상회담때 골프 회동은 어려울 듯

22일(현지 시간) 정오, 워싱턴 미국평화연구소(USIP) 빌딩에서 열린 학계 인사와의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특사단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이들은 고무된 표정으로 기자에게 “지금 부시 대통령과 만나고 왔다”며 “새 정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사단은 이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23일 딕 체니 부통령과의 면담도 예정되어 있다. 외국의 대통령 당선인 특사가 미국의 대통령과 부통령을 모두 만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격의 없는 대화”=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방미 특사단장인 정몽준 의원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 분위기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정말 격의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만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시 대통령이 (우리를) 만나고 싶어서 만난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백악관에서는 공식 면담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진 촬영을 부담스러워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되는가”라는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의 제안에 흔쾌히 “오케이”라고 말하고 웃으면서 사진 촬영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압승(landslide)을 거둔 한국의 역사적인 선거 상황을 다 보고 있었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또 정 의원에게 “이제 정치에 전념하느냐”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시아의 축구 티켓은 중국까지 4장 아니냐”고 묻는 등 개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이 당선인과 부시 대통령의 통화에서 골프를 화제로 삼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골프 회동이 점쳐지기도 했었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날 골프 회동이 어려울 것임을 완곡하게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라크전쟁으로 미군들이 희생과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골프를 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시간 전 통보받아=특사단에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번 방미 기간 중 최대의 숙제였다.

특사단과 이태식 주미대사, 외교통상부 직원들은 여러 경로로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했지만 부시 대통령이 지난주 중동 순방을 마쳤고 다음 주 의회 연설까지 겹쳐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22일 오전 9시 반경 국무부 존 네그로폰테 부장관을 면담하러 가는 도중에 백악관으로부터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이 확정됐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특사단 관계자는 “오늘 오전까지 연락이 오지 않아 면담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만남 두 시간 전쯤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정 의원이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만나는 자리에 잠깐 방에 들러 면담하는 ‘드롭 바이(drop by)’ 형식을 취했다. 정식으로 면담하기에는 다소 외교 격식에 떨어지지만 만날 이유가 분명할 경우에 하는 미국의 외교형식이다.

외국 당선인의 특사단을 직접 만나는 경우가 드문 부시 대통령은 ‘드롭 바이’ 형식으로 다른 국가와의 형평성을 보완하면서도 예상보다 긴 20여 분간 이야기를 나눠 실질적인 회담 성과도 거뒀다는 평가다.

▽부시, 왜 만났을까=부시 대통령이 파격적인 행보로 비치는 특사단과의 면담을 결정한 것은 한국의 보수정권 탄생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 의원도 “신정부 출범에 대해 한미동맹이 잘될 것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긍정적인 이야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인 2003년 2월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정대철 전 의원 일행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성사시키지 못했고, 딕 체니 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었다.

부시 대통령이 이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 후 첫 통화에서부터 매번 이 당선인의 방미 초청을 언급하는 것도 새 정부에 대한 친밀감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당선인의 미국 방문 시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워싱턴=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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