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공천 과정은 새 정부 成敗의 첫 시험대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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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의 어제 회동으로 분당(分黨) 우려까지 나오던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이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다녀온 박 전 대표는 방중(訪中) 결과 보고를 겸한 회동이 끝난 뒤 “(당선인이) 당에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저도 전적으로 동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공천은 국민에게 공직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이다. 얼마나 좋은 후보를 추천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심판이 달라지는 대의민주주의의 출발선이다. 두 사람의 회동이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나눠먹기’를 논의한 자리가 아니었기를 바란다.

한나라당은 총선 공천 문제가 닥치자 과거와 전혀 다름없는 계파별 밥그릇 싸움을 벌여 대선 때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국민을 실망시켰다. ‘공천 보장 희망자 리스트’를 주고받았다는 해괴한 얘기까지 나왔다. 사실이라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고작 공천을 놓고 밀실 거래나 하라고 국민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몰아 준 것이 아니다.

이제 강재섭 대표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강 대표는 그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총선에서 과반 안정 의석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강 대표의 말처럼 새 정부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가 ‘4·9 총선’이다. 총선에서 과반 안정 의석을 획득하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와 국가 선진화 노력은 힘을 받을 것이다. 그러려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좋은 후보’를 발굴하는 노력부터 보여야 한다.

다시 잡음이 들리고 갈등이 재연된다면 과반 안정 의석은 고사하고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 역대 정부가 대선에서 압승하고도 총선에서 부진해 출발부터 삐끗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국민이 무섭다는 걸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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