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원장은 물러나기 직전에도 “고정간첩이 연루된 이번 사건의 실상이 충격적”이라고 말한 바 있고, 당시 김만복 국정원 1차장의 원장 기용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평소 신중한 김 전 원장의 처신으로 볼 때 김만복 씨를 원장 부적격자로 판단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김 전 원장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당시 청와대 등에 포진한 386 출신 인사들이 간첩 혐의자들과 친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증언은 ‘386들의 집요한 외압으로 수사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당시 관측을 뒷받침한다.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3∼7년이 확정된 이들 5명 외에 다른 연루자가 있다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 386 실세들이 국정원장 경질까지 관철하면서 연루자들을 비호한 상황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원장은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의 본분인 간첩수사를 놓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
검찰도 수상하다. 국정원이 축소 수사를 했다면 이를 재수사한 검찰이 모를 리 없을 텐데 5명을 구속한 국정원의 수사 결과를 추인하는 데 그쳤다. 검찰이 국정원의 축소 수사에 협조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검찰은 어제 뒤늦게 김 원장의 비밀방북 대화록 유출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무슨 특별한 곡절이 있는지, 김 원장의 사표를 일주일째 수리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김 원장의 대선 전날 방북 행적과 일심회 사건 축소 수사 의혹, 김경준 BBK 전 대표 ‘기획 입국’ 관련 여부 등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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