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론/홍기택]<2>‘장밋빛 경제공약’ 집착말라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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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경제대통령을 내걸고 당선됐다.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인 기업인, 전문직 종사자는 물론 반(反)한나라당으로 분류되던 청년층, 영세 상인까지 이 후보 지지에 가세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훨씬 좋아져 일자리가 풍부해지고 삶의 질이 개선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대운하 등 경제성 먼저 따져야

당선자의 공약은 장밋빛 일색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이 747공약이다. 향후 10년간 평균 7% 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위 경제 강국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 30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또 한반도 대운하 사업으로 물류비용을 줄이고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12만 채의 신혼부부 주택 공급, 서민 생활비 30% 감면 등 다른 공약도 많다. 이는 모두 당선자의 부담이다. 우리 국민은 참을성이 별로 없다. 빠른 결과를 원한다.

이들 공약은 달성 가능성이 확실치 않지만,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난 10년간 좌파정권 때문에 한국경제는 대다수 선진국의 경제 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민간 시장경제는 위축되고 성장 잠재력은 약화됐다. 당선자가 발전선진화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문제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좌파 경제제도로 인해 일부 계층의 이익이 기득권화됐기 때문이다. 부자 동네에서 걷어다가 가난한 동네에 나누어 주는 일명 로빈후드세금인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교부금이 줄어드는 지방정부의 저항으로 이 제도는 헌법으로도 바꿀 수 없는 제도라고 현 정부 당국자가 공언한 바 있다. 지역 간, 계층 간 첨예한 대립을 초래하는 다른 유사한 제도를 폐지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한편 신정부가 출범하는 내년도 경제 환경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경색과 원유 가격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장기간 지속된 세계적 호황은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금융시장 사정도 악화돼 대출금리가 이미 7%를 넘어 많은 주택담보대출자가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여기에 세계경제의 둔화와 중국경제의 긴축으로 수출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선거공약을 집행해 성급히 경기를 부양해서는 안 된다. 별 성과 없이 인플레이션만 악화되고 경상수지가 대폭 적자로 돌아서는 등 신정부의 경제성적표가 처음부터 수준 이하로 나타나 경제개혁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

선거공약을 재검토해서 실현 가능성이나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정책은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대운하 사업은 재정의 간여 없이 순수한 국내외 민자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민자유치가 어려우면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 그동안 기업투자를 가로막던 수도권 집중 완화제도, 출자총액제한제도, 아파트 재건축 억제 같은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그렇다고 수익모델이 확실하지 않은 한 기업투자가 당장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공약의식 성급한 경기부양 안돼

가장 중요한 점은 선진 노사관계의 정립이다. 노동운동 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도 실패한 노사문제 해결을 최고경영자(CEO) 대통령인 이명박 당선자가 어떻게 새로운 노사관계로 이끌어 내는지가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관건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조급하게 과시적인 업적을 내려 하지 말고 임기 이후인 5년 후를 보고 선진경제의 초석을 깔아 나가야 한다. 국민에게 기다리면 희망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는 정치력과 리더십을 기대한다. 정치권은 정파적 이해를 떠나 당선자의 선진경제 창달 노력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홍기택 중앙대 정경대학장·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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