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대선 충격적 패배’에 어수선…盧대통령 책임론 불거져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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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수도, 마땅한 얼굴도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은 21일 국회에서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를 열고 대선 패배 이후의 당 수습책과 내년 1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방식 등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충일 당 대표는 전날인 2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의를 밝힌 뒤 강원도로 휴식을 취하러 떠나 21일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도부는 아직 오 대표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태이며, 오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2일 연석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한 당직자는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려 해도 결정은 오 대표가 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원내 1당 대표라면 대변인이 아닌 본인이 직접 진퇴를 밝혀야 할 것 아니냐”며 오 대표의 처신을 비판했다.

‘사상 최대 표차로 패배’ 라는 충격적 결과 앞에 당을 전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미 내상을 입을 대로 입은 당이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대통합민주신당의 고민이다.

내년 1월 새 지도부를 구성하게 돼 있는 상태에서 대선 패배 책임을 물어 현 지도부를 사퇴시키고 임기 한 달의 임시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도 볼썽사나운 상황이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정세균 상임고문은 “지도부가 공백이 되면 당은 더 큰 혼란에 빠진다”며 “최고위원회의가 결합된 임시 지도부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새 대표를 누구로 해야 할지, 경선을 통해 선출해야 할지 합의 추대로 해야 할지는 더 어려운 문제다. 새 대표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등이 거론되나 이들은 각각 정체성과 정치력 면에서 회의 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내년 전당대회에서의 대표 선출방식에 대해 이낙연 대변인은 “대선 전 의견을 모아 본 결과 ‘경선은 피하자’는 의원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지나치게 안이한 인식”이라며 경선을 통해 대선 패배의 책임 등을 두고 치열한 노선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당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책임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1일 연석회의에서 정대철 상임고문은 “패배의 원인으로 첫째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 둘째는 정체성의 문제, 셋째는 아마추어리즘”이라며 직접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종현 사무부총장은 “열린우리당 지도부나 현 정부에 동참했던 사람은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낙선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최고위원과 상임고문들을 만나 “대선 패배는 다 내 탓”이라며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뒤에서 돕겠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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