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던 공정위 ‘CEO당선자’에 긴장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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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이튿날 관가 표정

재경부 조직개편 방향 관심

주택정책 충돌 건교부 난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이명박 시대’의 개막이 예고됨에 따라 정부 각 부처의 정책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세력이 10년 만에 좌파 중심에서 우파 중심으로 교체되기 때문이다. 좌파정권 ‘코드’에 맞춰 대북정책, 한미동맹, 교육정책, ‘언론 대못질’정책 등을 펴 오던 통일부 외교통상부 교육인적자원부 국정홍보처 등 각 부처는 이 당선자의 공약을 토대로 정책 검토에 나서는 한편 정부 조직개편 방향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 경제팀 수장(首長)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평소처럼 일상 업무를 하면서도 현재 추진하는 각종 경제정책이 얼마나 바뀔지 내심 걱정하는 모습.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20일 간부회의 주재 등 별도의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학생들과 비공개 간담회만 가졌지만 실·국별로는 이 당선자의 경제분야 공약을 파악하고 향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할 내용을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일부 직원들은 건물 밖에 삼삼오오 모여 이 당선자의 정부조직 개편 방향인 ‘대부(大部) 대국(大局) 체제’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기도.

○…건설교통부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면서도 그동안 주택정책 등을 놓고 한나라당과 충돌해 온 점을 의식한 듯 난감해하는 모습. 건교부의 한 당국자는 “이 당선자도 부동산 시장 안정에 뜻을 같이하고 있어 정권을 인수한 뒤에도 현실에 맞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 하지만 한나라당이 주택공급 확대 등을 주장하며 건교부의 수요 억제 정책에 반대해 온 까닭에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공무원들은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고. ○…그동안 각종 조사와 규제로 현 정권에서 ‘기업 옥죄기’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는 공정거래위원회도 걱정스러워하는 표정. 이 당선자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기업친화적 성향을 보이는 데다 공약을 통해 공정위가 고수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공정거래법도 경쟁촉진법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관가에서는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의 지위가 차관급으로 격하될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李당선자 “폐지 검토” 밝혔던 홍보처 ‘불안’▼

외교부 실용외교 청사진 촉각

통일부 대북정책 큰변화 점쳐

○…통일부는 차기 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내놓을지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2007 남북 정상선언’과 총리회담 등을 통해 합의된 분야별 사업 이행을 위한 실무회담과 현지 조사 등 계획된 일정 소화를 위해 바쁜 하루를 보냈다.

통일부 직원들은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교류협력을 병행 추진해 온 현 정부와 달리 이 당선자는 ‘선(先)북핵 폐기, 후(後)대북 지원’ 원칙을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에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지금과 많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미관계 전반과 북핵 6자회담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는 이 당선자가 추진하겠다는 ‘실용외교’가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첫 시금석이 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당국자는 “6자회담은 한국을 비롯해 회담 참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 당선자 역시 북핵 문제 해결에 외교안보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큰 변화 없이 추진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언론 대못질’을 주도한 국정홍보처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당선자가 여러 차례 “홍보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다른 부처들처럼 홍보처의 필요성을 효율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정권인수위원회 업무보고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면서도 이 당선자의 홍보처 폐지 공약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 홍보처는 이 당선자가 현 정부의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취재통제조치에 대해 “기자실 문제는 집권하면 확실히 원위치 하겠다”며 비판해 왔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자사고 반대하던 교육부, 정책 기조 고심▼

환경부 “대운하 어떡하나” 초조

서울시 시장출신 대통령에 환영

○…교육인적자원부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가장 고심하는 부서 중 하나다. 평등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들이 이 당선자의 교육 공약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육부를 다른 부처와 통폐합하거나 대폭 개편할 가능성도 높아 잔뜩 움츠러든 분위기다.

대학입시와 외국어고 자립형사립고 등 민감한 사안을 담당했던 부서는 혹시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불(不)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 내신 실질반영비율 확대 등의 논란과 갈등의 중심에 섰던 담당자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다소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이 당선자가 자사고 100개 확대 등 고교 다양화를 주창한 것과 정반대의 논리로 ‘특목고 종합대책’을 만들고 있는 관련 부서는 정책 기조를 바꿔야할지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당선자가 대입이나 초중고교 운영과 관련된 기능들을 대학교육협의회와 지방 교육청 등으로 이양하겠다고 밝힌 공약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 간부는 “한나라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교육부 축소를 주장하고 있어 조직 축소 또는 개편이 예상된다”며 “어수선한 시기에는 본부에서 민감한 정책을 다루기보다 일선 교육청이나 대학에서 조용히 집행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으며 상수원 오염 등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던 환경부 공무원들은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경선용 공약인 만큼 대통령이 된 뒤에는 스스로 포기할 것이라는 시각이 부내에 많았다”면서 “하지만 당선된 뒤에도 이 당선자가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어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시장 출신 대통령’이 나오자 서울시 직원들은 대체로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대통령을 배출한 만큼 서울시와 서울시장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 들어 갈등관계였던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관계가 이제는 협력관계로 바뀌고 업무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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