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어떻게 이렇게까지” 충격… 물밑 당권경쟁 점화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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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4월 겨냥 빠르게 총선체제 돌입할 듯

내달 全大 확실한 우위 계파 없어

범여대통합 명분 勢 불리기 예상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절반 수준에 그치자 당 지도부는 물론 의원 및 당직자까지 모두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일부 당직자는 19일 오후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허탈감에 당사를 빠져나갔으며 일부 여성 당직자는 “이럴 수가 있느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충격 받은 대통합민주신당=이날 오후 6시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대통합민주신당 당사에는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다.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까지도 “대역전의 기적이 나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당의 존립이 어려울 정도로 참패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당사 6층 상황실에서 개표 과정을 지켜보던 오충일 대표 등 지도부는 물론 당직자 사이에서는 “어떻게 저렇게까지…”라는 장탄식이 흘러나왔으며 일부 당직자는 “취임식을 보이콧하자”며 흥분하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정 후보는 오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당사를 찾아 짧은 ‘패배의 변’을 밝히고 자리를 떴다. 대부분의 의원도 투표 결과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말은 아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오후 들어 대세를 뒤집긴 힘들다는 판단은 하고 있었지만 차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더는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허탈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정 후보 지지모임인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회원들은 이날 밤 당사 주변에 모여 ‘정 후보 위로 집회’를 열었다.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어디로 가나=이번 대선에서 완패한 대통합민주신당은 일단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빠르게 총선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내년 1월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새 지도부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당내 정동영 후보계,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친노(친노무현)계,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계, 김한길 의원 그룹, 시민사회세력, 손학규 전 경기지사계 등 각 계파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정 후보 계열은 대선 실패 책임을, 친노 그룹은 국정 실패 책임을, 김근태 전 의장계 및 시민사회세력은 지도력 부재라는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 또 손 전 지사는 범여권에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외부 인사인 데다, 김한길 의원은 탈당 등 부정적 이미지가 너무 강해 어느 쪽도 쉽게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 안에서 당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과 동시에 민주당 및 창조한국당과의 통합 움직임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총선을 완벽하게 한나라당 대 통합정당 구도로 만들 경우 대선 과정에서 흩어진 표를 결집시키는 것은 물론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국민중심당으로 쏠릴 의석까지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같은 2차 통합을 주도적으로 완성시키는 계파가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범여권 통합 정당의 지도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선 후보가 군소 후보로 전락한 민주당도 독자 생존이 이미 불가능한 상황인 데다 독자 노선을 고수했던 이인제 후보의 영향력도 사라진 상태라 통합을 위한 걸림돌은 상대적으로 적어진 상황이다.

대선에서 호남정당으로 고립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같은 지역에서 이전투구할 경우 아예 군소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양당의 통합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대선 패배 후 일정 기간은 ‘우리를 살려 줄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어떤 이합집산이 어떻게 벌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촬영: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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