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기사내용 확인도 않고 과거 BBK보도 ‘헐뜯기’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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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검찰의 BBK 사건 수사결과 발표 다음 날인 6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이명박의 혐의를 가리려면 채택해야 할 중요한 증거물을 누락했다”며 그 증거로 동아일보 중앙일보 국민일보 월간중앙의 인터뷰 내용을 들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2000년 김경준 씨와 동업을 시작할 때 본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BBK는 내가 만들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보에 관한 한 이는 사실이 아니다. 본보는 2000년 10월 16일자 B1면에 ‘경제계로 복귀한 이명박 씨-사이버금융에 승부 걸겠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는 정 후보가 시사한 ‘이명박 씨가 BBK의 실소유자’라는 식으로 해석될 표현이 전혀 없다. 기사에는 ‘미국계 살로먼스미스바니에서 1999년 초 연수익률 120%대를 기록한 김경준(34) BBK 투자자문 사장을 영입했다. (이명박 씨는) “김 사장이 지난해 BBK 설립 이후 아비트리지 거래로 28.8%의 수익률을 냈다”고 소개하면서…’라고 돼 있다.

오히려 김 씨가 BBK를 설립했음이 명확해 보인다. 이명박 씨가 김 씨의 뛰어난 실적에 호의를 갖고 동업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자는 정 후보 측에 “본보는 이명박 씨가 BBK를 창업했다고 인터뷰한 적이 없다. 본보를 거론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본보를 사실과 다르게 걸고넘어지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려 절박해진 대통합민주신당뿐만이 아니다.

기자협회보는 12일자에서 본보가 ‘수년 전 이명박 씨의 BBK 연루 사실을 보도했으면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당시 보도의 사실 여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비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1일 성명을 내고 동아일보 등은 “자신들의 과거 보도가 날조한 거짓이었는지 타협할 수 없는 진실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단’도 같은 날 논평에서 본보 등을 거론하며 “지금이라도 2000년 당시 이명박 씨 인터뷰 기사의 진실을 밝히라”고 억지 주장을 폈다. 한국기자협회도 10일 “몇 년 전에는 ‘내가 BBK 대주주’라고 알려 놓고, 이제 와서 ‘나는 BBK와 관련 없다’는 이명박 씨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 적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보 기사를 읽지도 않았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주장들이다.

BBK 수사 책임자인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10일 브리핑에서 “동아일보의 이 후보 인터뷰 기사 내용은 (다른 신문, 잡지와 달리) BBK 투자자문은 김경준이 설립했다는 취지로 돼 있다. 더는 인터뷰의 진위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본보 보도를 문제 삼는 것은 억지 주장임을 밝혔다.

BBK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검찰도 믿지 않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금세 확인할 수 있는 신문 기사를 멋대로 왜곡하는 이유가 정말 몰라서인지, 다른 무슨 이유가 있어서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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