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 좋던 얼굴 어디 가고 뼈만…”

  • 입력 2007년 12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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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그 좋던 얼굴은 다 어디로 가고 뼈만 남았나. 굶어 죽었나. 맞아 죽었나.” 35년 전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된 유풍호 선원 남정렬(당시 39세) 씨의 부인 박영자(65) 씨는 그제 탈북지원단체를 통해 전달받은 남편의 사진을 보고 울부짖었다. 남 씨는 북한에서 찍은 두 장의 얼굴사진만 남긴 채 두 달여 전 영양실조로 세상을 떴다고 한다. 부인 박 씨의 통곡 속에 납북자와 그 가족이 겪어야 했던 통한(痛恨)의 삶이 절절히 묻어난다.

1972년 6월 9일 동해에서 꽁치잡이를 하던 남 씨가 다른 8명의 선원과 함께 납북된 뒤 집안은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나고 말았다. 주린 배를 안고 남의 밭의 배추나 고구마를 훔쳐 먹다가 경찰에 붙잡힌 적도 여러 번이었다. 생활고에 네 살배기 막내딸은 아예 다른 집에 보내야 했다. 2000년이 되어서야 남편이 함경남도에서 기계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만날 수는 없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남은 것은 가난과 질병뿐이다. 박 씨는 심한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지만 수술은 엄두도 못 낸다. 남편이 자진 월북이나 한 양 연좌제에 시달리는 마당에 정부의 도움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함께 납북된 다른 선원 가족들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연좌제의 공포에 짓눌린 탓에 지금도 언론의 인터뷰를 꺼릴 정도다.

남편이 살아서 돌아오리라는 한가닥 희망마저 사라진 박 씨는 “통일부 앞에 가서 목매달아 죽으려오. 만날 (북에) 퍼줄 줄만 알았지. 우리 신랑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고 죽었단 말이오”라며 통곡했다. 그의 피울음에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햇볕정책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집권 5년간 납북자 한 사람 돌려받지 못한 DJ는 올해도 성대한 노벨상 수상 기념행사를 연다. 노 대통령은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보자기에 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합의를 했다고 자랑했지만 정부는 후속 실무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확대’ 하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박 씨의 통곡이 더 서럽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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