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저소득층 의료비’ 국민에게 떠넘기는 정부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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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소위원회는 차상위계층의 희귀 난치성 질환자를 내년부터 건강보험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편성한 688억7500만 원의 사업비를 20일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차상위계층을 의료 급여 대상에서 건강보험 체계로 전환하는 것은 건강보험료 인상을 초래한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당초 정부안대로 통과된 것이다. 아직 예결위 전체회의(22일)와 국회 본회의가 남아 있지만 그대로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8월 말 복지부는 내년부터 차상위계층 환자를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체계로 편입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들은 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돼도 ‘본인부담 특례대상’으로 지정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무상 진료를 받게 된다. 이들의 진료비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충당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복지부가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차상위계층의 진료비까지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할 경우 결국 국민이 더 낼 수밖에 없다.

차상위계층을 건강보험 체계로 전환할 경우 내년 2700억 원, 2009년 7800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2200억 원의 재정을 확보하려면 건강보험료를 1% 올려야 한다. 이 사안만으로도 내년에 1.2%, 2009년 3.6%의 건강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긴다.

차상위계층은 최저생계비를 약간 웃도는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보장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하는 이른바 ‘신빈곤층’이다. 사회안전망 차원에서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

일부에선 복지부, 기획예산처 등 부처 간의 담합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기초노령연금제도 시행에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상위계층 의료 급여 비용을 삭감할 수밖에 없어 삭감분을 건강보험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 사회안전망이 확충됐다고 자부해 온 만큼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가뜩이나 국민의 살림살이가 어려운 현실에서 생색은 정부가 내고 그 책임은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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