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합당 재테크’?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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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당과 돈

2, 3분기때도 보조금 지급날 ‘두집 살림’

8월 열린우리 - 신당 합당땐 6억원 득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12일 선언한 대로 합당이 이뤄질 경우 양당간에 복잡한 ‘돈 계산’도 뒤따르게 된다. 양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액은 합당을 전후해 달라지고, 두 당의 후보단일화 추진에 따라 양당의 경선 위탁관리에 들어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고 지출은 ‘헛돈’만 쓴 셈이 된다는 비판도 대두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모태랄 수 있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 떠안기고 외면했던 ‘대선 빚’은 다시 ‘도로 민주당’의 채무로 돌아가게 됐다.

○ 국고보조금 지급일과 묘하게 겹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12일 합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두 당은 실제 합당신고는 19일 하기로 했다. 이 사이에 있는 15일은 각 정당에 올 4분기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날이다. 두 당이 아직 따로 존재하는 한 대통합민주신당은 29억1000여만 원, 민주당은 4억9000여만 원을 받게 된다. 합계는 34억여 원. 만일 두 당이 15일 현재 한 개 당으로 통합된 상태일 경우는 받을 돈이 32억3000여만 원으로 줄게 된다.

양당 내부에서는 합당 신고일을 국고보조금 지급일 이후로 미룬 데는 이 같은 점을 나름대로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올해 있었던 범여권의 이합집산 날짜들이 묘하게 정당 국고보조금 지급일과 겹쳐 눈길을 끈다. 3개월에 한 번씩 각 정당에 배분되는 국고보조금은 분기마다 71억여 원을 지급일 당일 기준으로 돈을 받는 정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했는지와 소속 의원 수, 최근 총선 득표율 등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진다.

1분기 국가보조금 지급일(2월 15일)을 앞두고 2월 6일에는 열린우리당에서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의원 23명이 탈당했다.

이 같은 집단 탈당 사태로 인해 열린우리당이 받아야 할 1분기 국고보조금은 8000만 원 가량 줄었고, 17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한나라당이 국고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은 정당이 됐다. 당시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와해를 노리고 있었다.

김 의원 등은 5월 7일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했다. 이들은 창당을 하지 않았더라면 받지 못했을 국고보조금 12억7000여만 원을 일주일가량 뒤인 2분기 지급일(5월 15일)에 받았다.

3분기 지급일(8월 14일) 직전인 8월 10일에는 대통합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을 선언했다. 두 당은 3분기 지급일에 각각 열린우리당 19억6000여만 원, 대통합민주신당 15억4600여만 원을 받아 도합 35억여 원을 받고 나서 6일 뒤인 20일 합당했다.

만약 두 당이 14일 전에 합당했더라면 이보다 적은 29억2000여만 원을 받았을 것이다.



▼양당 경선에 국고 25억 들어… 단일화로 ‘헛돈’▼

○ 한나라당은 “국가 예산 낭비” 비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에 대해 한나라당은 13일 “국가 예산 낭비”라고 비난했다. 두 당이 각각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데 들어간 경선관리 비용을 세금으로 보조했는데 이제 와서 후보단일화를 한다는 건 세금 낭비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후보단일화를 할 것 같으면 왜 선관위에 경선을 위탁해 막대한 국고를 들여 가며 경선을 벌였나”라며 “당내 경선을 한다는 빌미로 국가예산을 들여 사전선거운동을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관리에 들어간 비용은 5억1400만 원으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관리에 배정한 예산 17억4000만 원의 30%가 채 안 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비교해 의원 수는 10분의 1도 안 되지만 선관위는 민주당 경선 관리에 한나라당보다 더 많은 7억75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한나라당과 다른 두 당의 경선 관리 비용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국민경선을 표방하며 경선 선거인단을 대규모로 모집했기 때문.

한나라당 경선 선거인단은 18만 명이었던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선거인단은 150만 명, 민주당 선거인단은 60만 명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선거인단에게 보낼 투표안내문 제작과 발송 비용이 몇 배나 더 들었다.

2007년 선관위의 주요 정당 경선 관리비용
정당경선일경선 관리비용
대통합민주신당10월 15일17억4000만 원(예산 배정액)
한나라당 8월 20일5억1400만 원(실제 집행액)
민주당10월 16일7억7500만 원(예산 배정액)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경선 관리비용은 아직 정산이 끝나지 않았음.

▼열린우리-민주‘노무현 대선빚 43억’원위치로▼

○ 자산-부채 모두 새 당으로 승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선언함으로써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민주당의 채무로 남겨졌던 ‘대선 빚’ 43억여 원도 통합민주당(가칭)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됐다.

민주당은 정동영 대선 후보 등이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탈레반’을 주축으로 당을 깨고 나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바람에 노무현 후보의 대선 당시 진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줄곧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에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2002년 4월부터 2003년 9월 분당 때까지 여의도 당사 임대료 30여억 원과 대선 기간 대선 후보를 위해 쓴 홍보비 등 모두 43억여 원을 변제할 것을 요구했다.

빚더미에 허덕이던 민주당은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빚을 갚으라고 주장했지만 열린우리당은 “법적으로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정치자금법상 다른 정당에 돈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변제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하게 되면 양당의 자산 부채는 모두 신설 합당되는 새 당으로 승계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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