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올해 6개월새 3번 합당 - 4번 창당

  • 입력 2007년 11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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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 당 통합 - 후보 단일화 합의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와 정동영 대선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박상천 대표(오른쪽부터)가 1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당 대 당 통합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당 대 당 통합 - 후보 단일화 합의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와 정동영 대선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박상천 대표(오른쪽부터)가 1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당 대 당 통합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 창당 후 4년간 돌고돌아 ‘도로 민주당’

조순형 “국정실패 세력 손잡다니… 탈당하겠다”

신당 29명 “의견수렴 없는 통합 동의못해” 성명

2003년 11월 11일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 47명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지 꼭 4년 하루 만인 2007년 11월 12일. 사실상 ‘도로 열린우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은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했다. 당명은 통합민주당(가칭). 결국 4년을 돌고 돌아 ‘도로 민주당’이 되는 셈이다.

지난 4년 동안 이들 정당이 내세웠던 원칙과 철학이 실종된 야합이라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대두되고 있다. 양당 내부에서도 ‘명분 없는 합당’이라는 집단적 반발 움직임이 일면서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돌고 돌아 ‘도로 민주당’=2003년 민주당에서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의원을 중심으로 47명이 탈당해 만든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바람을 타고 152석의 거대 정당으로 탈바꿈했다. 민주당은 9석의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후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연패했고, 지난해 5·3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을 중심으로 당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올 2월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의원 20여 명이 탈당하면서 ‘범여권 대통합’ 소용돌이가 시작됐다.

김한길 그룹은 5월 7일 ‘중도개혁통합신당’을 만들어 6월 민주당과 합당해 ‘중도통합민주당’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열린우리당 쪽으로 기울자 김한길 그룹은 중도통합민주당을 탈당했고, 중도통합민주당은 다시 민주당으로 약칭을 변경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을 ‘기획탈당’한 그룹은 8월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 속에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고, 이어 열린우리당과 합당했다. 그리고 11월 12일 대통합민주신당이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하면서 ‘도로 민주당’은 완결됐다.

결국 5월 이후 6개월 만에 3번의 당 대 당 통합과 4번의 창당 또는 당명 개칭을 거친 범여권 정당이 또다시 급조된 셈이다.


촬영 : 김동주기자

▽친노 그룹 오늘(13일) 긴급회동…양당 내부서 반발 조짐=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8월 옛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통합 때 “국정실패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 합당 과정에서 그런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열린우리당은 국정실패세력이라 당 대 당 통합은 있을 수 없다는 게 민주당 당론”이라며 “사실상 ‘도로 열린우리당’인 대통합민주신당과 원칙에 어긋나는 합당을 강행하면 19일 합당 신고 전에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그 연장선에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을 ‘국정실패세력’이라고 비판해 왔지만 이번 합당으로 노무현 정권의 실정(失政) 책임을 함께 지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게 됐다.

대통합민주신당 일각에서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경선 때 그를 지지했던 윤호중 김형주 이화영 백원우 유기홍 등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 의원 28명의 ‘화요모임’이 13일 오전 긴급회동해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 소속 의원 일부는 “명분도 없이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겠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영남권 일부 인사의 이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상희 양길승 최고위원과 김호진 상임고문 등 대통합민주신당 내 시민사회단체 출신 모임인 미래창조연대 측 중앙위원 29명은 성명을 통해 “최고위원회의 검토나 중앙위원회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을 배제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통합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12일 저녁 이들 중앙위원 회동에서는 “필요할 경우 중앙위를 소집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을 같이할 수 없다”는 강경론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 당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지원했던 의원들과 중립지대 386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민주당 박상천 대표에게 총선 공천 결재를 받으란 말이냐”는 등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도로 민주당’의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합당은 이념과 정책 지향에 대한 깊은 논의에서 탄생한 정책연합이라기보다는 급하게 서두른 편의적 선거연합 성격이 짙다. 따라서 대선 결과에 따라 그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 “뜨내기 식 정치 야합”=한나라당은 이날 “가치도 노선도 다른 후보와 당들의 뜨내기 식 정치 야합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맹공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가 다시 간판만 바꿔 다는 위장폐업-신장개업의 ‘생쇼’를 하더니 이제는 민주당과 야합해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측 곽노현 대변인은 “금산분리 등 엇박자 핵심정책에 대한 조율시늉조차 거치지 않고 지분 협상만으로 끝낸 단순셈법 단일화는 국민의 정치수준을 얕잡아본 정책정당 포기 행위”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번 통합은 권력 나눠먹기, 지역주의, 구태 회귀”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말을 아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통합 합의는 됐지만 어떤 정당인지, 어떤 절차를 거칠 것인지, 정당구조와 당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은 숙제가 남아 있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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