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 대통령, 발밑의 부패 왜 사과 않나

  • 입력 2007년 11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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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군표 국세청장이 먼저 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6000만 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어제 마침내 구속됐다. 1966년 국세청 개청 이래 현직 국세청장이 뇌물 비리로 구속 수감되기는 처음이다. 그는 먼저 수감된 정 전 청장의 입을 막아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했고, 구속될 때까지 사퇴를 거부했다. “참여정부에 게이트(권력형 비리)는 없다”고 큰소리치던 노무현 대통령은 당장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된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비리가 처음 터졌을 때 “깜도 안 되는 의혹이 춤추고 있다”고 언론보도를 비난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통령의 발밑에서부터 썩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어디 그뿐인가.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신정아 씨를 위해 국가예산을 배정하고 기업들에 압력을 넣어 후원금을 주도록 했다. 모두 청와대 고위직과 대통령 측근이 관련된 범죄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그는 지난달 31일 진주혁신도시 기공식에 앞선 오찬간담회에서도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는 말은 날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말은 정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사라지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무능하지만 부패하지는 않았다”는 변명처럼 들리기도 하고, 야당 쪽을 부패세력으로 몰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정부가 과시하던 도덕성의 기반이 무너진 마당에 ‘정의에 대한 국민의 기대’ 운운하니 기가 찰 뿐이다.

청와대는 잇단 권력형 비리 사건을 ‘개인 비리’ 차원으로 애써 축소시키려 하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다. 현 정부의 코드 중심 인사시스템과 취약한 권력비리 감시시스템이 필연적으로 낳은 구조적인 권력형 부패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틈만 나면 공격을 퍼붓는 언론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비리도 영원히 감춰졌을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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