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과 노무현 vs 정동영과 김대중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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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盧후보 “차기는 鄭”

최근엔 “기회주의자” 비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은 ‘애증의 관계’를 쌓아 왔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정 후보는 노무현 후보와 단둘이 끝까지 ‘완주’했다. 정 후보는 ‘경선 지킴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당시 노 후보는 마지막 유세에서 정 후보의 손을 번쩍 올리며 “차기에는 정동영도 있다”며 치켜세웠다.

집권 후 정 후보가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탈레반’을 주축으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초대 당 의장을 맡았을 때 정 후보와 노 대통령의 관계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 총선 때 정 후보가 ‘노인 폄훼 발언’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포기해 배지를 달지 못하자 노 대통령은 그를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시켰다. ‘대권 수업’을 위한 배려를 한 셈이다.

그러나 정 후보는 두 번째 당 의장을 맡아 치른 지난해 5·31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뒤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 카드를 선택했다. ‘열린우리당 해체론’을 꺼내든 것.

그러자 노 대통령은 직접 나서 정 후보를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5월 7일 열린우리당 해산과 당 경선 참여 포기를 선언한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을 겨냥해 “과연 당신들이 열린우리당 창당선언문을 낭독한 사람들이 맞느냐. 그것이 도리에 맞는 정치냐”며 ‘구태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정 후보는 이튿날 반박 글을 통해 “독선과 오만에 기초한 권력을 가진 자가 휘두르는 공포정치의 변종”이라고 비난하며 맞섰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그때그때 바람이 바뀔 때마다 차별화했다가, 안 하는 척했다가 차별화에 대한 태도를 바꿔 가면서 오늘날까지 오고 있다”며 ‘기회주의자’의 범주에 정 후보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자신과의 차별화 시도에 대해 “졸렬한 필패 전략”이라고 비판하면서 “원칙 없는 기회주의자들의 싸움에 별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15대 총선 정계입문 도움

민주 탈당이후 다소 냉각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를 정계에 입문시킨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정 후보는 1996년 15대 총선 때 전북 전주 덕진에서 출마해 전국 최다 득표를 기록하며 보답했다.

정 후보는 2000년 12월 김 전 대통령 면전에서 자신에게 그해 8월 최고위원 경선 때 2000만 원을 지원했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2선 후퇴를 주장하는 ‘정풍운동’을 제기한 뒤 차세대 지도자로 도약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 후보와 동교동계는 완전히 갈라섰다.

정풍운동을 제기한 이후 ‘천 신 정’의 일인으로 민주당을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냉각됐다. 정 후보는 2004년 통일부 장관 때부터 줄곧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표방해 왔지만 4월 김 전 대통령이 전북을 방문했을 때 정 후보가 김 전 대통령의 숙소로 찾아갔음에도 김 전 대통령은 선약을 이유로 만나 주지 않았다.

정 후보는 이번 경선 때 김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 및 민주당 분당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사과했어야 한다”고 하자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옹호하는 등 동교동과의 관계 회복에 애를 썼다.

정 후보는 15일 저녁 김 전 대통령과 통화를 해 협력을 요청했으며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로 김 전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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