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끝나자마자… 정부내 NLL 충돌?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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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국방 “北, NLL 인정해야 서해 직항로 가능”

李통일은 “영토개념 규정한 공식문서 없다”

‘서해 평화지대’땐 남북 전력 재배치 불가피

北군부 ‘수도권 기습작전’ 포기없이는 힘들어

2007 남북 정상선언의 군사분야 핵심 내용인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서해 평화지대)를 설치하려면 서해 지역에 배치된 남북한 해군전력에 대한 재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이 발발한 ‘한반도 화약고’인 이 지역에는 북방한계선(NLL)을 경계로 남북 해군전력이 최전방에서 대치하고 있기 때문.

▽서해 남북 해군전력=이번 정상회담에서 직항로 개설과 개방에 합의한 해주항은 북한 해군의 전진기지로 어뢰정과 유도탄정 등 수십 척의 소형 함정을 비롯해 북한 서해함대사령부 전력의 60%가량이 배치돼 있다.

유도탄정은 사거리 40km 이상의 스틱스 함대함(艦對艦) 미사일을 탑재하고 기동성이 뛰어나 유사시 우리 해군의 초계함과 구축함 등 대형 함정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북한 서해함대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는 남포항을 중심으로 사곶과 비파곶 등에도 수십 척의 어뢰정과 경비정이 배치돼 있고, 남포항에는 잠수함 1개 전대가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포와 해주항을 비롯해 서해안을 따라 사거리 90km 안팎의 실크웜과 샘릿 지대함(地對艦) 미사일, 사거리 20km 이상의 해안포가 다수 배치돼 있다. 2002년 서해교전 당시 우리 초계함은 아군 고속정을 기습하고 도주하는 북한 경비정을 추격하다 실크웜 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포기했다.

북한이 서해 지역에 전력을 집중 배치한 것은 유사시 남측의 상륙을 저지함과 동시에 남한 수도권에 대한 기습작전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남한도 경기 평택시의 해군 2함대사령부와 예하 인천해역방어사령부를 중심으로 구축함과 초계함, 고속정 등으로 구성된 여러 개의 전대를 배치해 NLL을 중심으로 서해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백령도에는 해병여단과 유사시 해주 지역의 해안포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K-9 자주포 10여 문을 배치하고 있다. NLL과 인접한 연평도에도 해병연대가 주둔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다음 달 평양에서 열릴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서해 평화지대 구축을 위한 선결과제로 서해의 남북 해군전력의 재배치나 축소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며 “두 정상 간 원칙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 군부가 과연 서해 전력의 감축이나 재배치 등 ‘통 큰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다시 불거지는 NLL 논란=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정부 내에서조차 NLL 문제에 대한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NLL을 둘러싼 ‘남남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나라 공식 문서에도 NLL이 영토적 성격이라고 써 놓은 것이 없다. NLL이 영토개념이라는 것이 어디에도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공동어로수역 설정과 북한 민간 선박의 해주항 직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측의 NLL 재설정 요구를 수용할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장관은 8월에도 “NLL은 영토개념이 아닌 안보개념”이라고 말해 NLL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같은 공식수행원으로 방북했던 김장수 국방부 장관의 견해는 달랐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측이 NLL 재설정 주장을 고집해도 해주항 직항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기존 NLL 인정하에 우리의 통항 절차를 준수한다는 게 선결조건”이라고 답했다.

그는 “해상경계선이 있을 때 공동어로 개념이 생기는 것이지, 경계선이 없는 상태에선 공동어로구역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 함정이 공동어로구역 내 NLL을 침범할 경우 우리 군의 기존 교전 규칙이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넘어오면 공동어로구역의 평화적 이용 의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기자회견에 앞서 일부 기자에게 “서해 NLL을 끝까지 지킨 것이 이번 회담의 군사분야 성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NLL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NLL 문제를 협의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경계선 유지라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다음 달 평양에서 열릴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전후해 NLL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기관 관계자는 “두 정상이 회담에 부담을 줄 수 있는 NLL 문제를 비켜 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며 “북한이 다음 달 국방장관 회담에서 NLL 재설정을 거론할 경우 남한 내 반대여론이 높아지면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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