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부시 면담 불발…성과주의-정치공세가 빚은 해프닝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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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면담이 결국 무산됐다. 이번 해프닝은 미국 고위급과의 만남을 대단한 성과로 여겨 온 한국 정치권의 오랜 관행 속에서 나온 한 사례라는 지적이 있다.

▽조급증과 부정직의 합작품=지난달 말 이 후보 측의 면담 성사 발표로 시작된 이번 부시 대통령 면담 추진 해프닝은 조급한 성과주의와 부풀리기 식 논평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였다.

지난달 27일 재미교포인 강영우 미국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위원이 워싱턴의 한국특파원에게 성사 사실을 알린 것은 조급증의 산물이었다. 강 위원은 2일 본보와 통화에서 “백악관이 보내온 팩스 자료는 99%의 성사를 의미했다. 다만 발표가 빨랐던 면이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팩스에는 “면담 요청 잘 받았다. 현재 부시 대통령의 스케줄이 잡혀 가는 중이므로 모든 고려(every consideration)를 하겠다. 확정되면 추가로 연락을 주겠다”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이 후보가 미국으로 떠나는 14일 직전이면 일정이 확정될 사안이라는 의미였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당시 “이번 면담은 외곽이나 사적 경로가 아닌 백악관 공식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역시 신뢰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발표는 당 외교라인의 역량을 과장하려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범여권의 공세는 타당한가=범여권은 이 후보의 부시 대통령 면담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공세는 어떤 식으로든 백악관 측의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특히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는 “미 행정부의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부적절한 만남”이라며 “미국은 면담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후보 역시 2005년 말 미국 방문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전력(前歷)이 있다.

통일부 장관 시절 몇 차례 워싱턴을 방문해 외교활동을 벌였던 정 후보는 장관직에서 물러나 ‘잠재적 대선 후보’로 탈바꿈하기 직전인 2005년 12월 갑작스럽게 방미를 추진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사진 찍기용 방미”라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크리스마스 연휴 탓에 일정 잡기가 어렵다’는 국무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방미를 강행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을 겨우 만나긴 했지만 그의 출국 때까지 면담 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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